호남 대표·TK가 미는 충청 대권후보?
  • 한동윤
호남 대표·TK가 미는 충청 대권후보?
  • 한동윤
  • 승인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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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의 등장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4월 총선 참패 책임을 ‘친박’에 뒤집어씌운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의 퇴장(退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친박’ 내의 대표선수 교체라는 성격이 크다. 그동안 당내 친박의 수장(首長)은 서청원 의원으로 꼽혔다. 친박 ‘행동대원’ 윤상현 의원이 총선 직전 서 의원의 지역구(경기 화성)를 위협하는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비리를 잘 알고 있다”는 식으로 협박한 것도, 최경환 의원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전 의원에게 전화한 것도 모두 서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친박’은 애초 ‘이정현 대표’가 가능하다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대표 경선에 내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최 의원은 허접한 ‘진박 마케팅’으로 선거 패배를 몰고온 책임자로 낙인 찍히는 바람에 일찌감치 대표 경선을 포기했다. 서 의원 역시 윤상현 의원의 ‘막장 통화’가 공개되기 직전까지 대표 경선에 나설 채비를 마쳤었다. 결국 ‘친박’ 윤상현 의원의 통화가 공개되면서 친박 좌장을 추락시킨 꼴이다.
‘이정현 대표’는 서청원·최경환 반열이 아니다. 국회의원 선수(選數)도 3선으로 비교가 안 된다. 이 신임 대표가 한나라당 부대변인일 때 두 사람은 이미 중진 의원 반열에 들었다. 한마디로 서·최 의원에 비교하면 이 대표는 ‘박근혜 비서’급이다. 그러나 신임 대표 경선에서 당당히 승리함으로써 사정은 달라졌다. ‘친박’의 대표성이 ‘이정현’에게로 옮겨진 것이다. 그 앞에서 감히 ‘친박’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소리다. 4월 총선 참패의 멍에를 뒤집어 쓴 서·최 의원의 2선, 3선 후퇴가 불가피하다.

‘비박’과 김무성 전 대표가 입은 타격도 만만치 않다. ‘비박’은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당권’을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었다. ‘친박’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등에 업었고, 박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개입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전 당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이 아예 ‘비박’의 전면에 나섰다.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정치생명을 걸었다.
그러나 경선 결과는 ‘비박’의 완패(完敗)다.  대표 경선에서 비박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이 탈락한 것은 물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강석호 의원 한 명만 당선됐을 뿐이다. ‘친박 심판’이 아니라 ‘비박 심판’이 되어버렸다.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참패’와 ‘비박 참패’라는 이중의 낙인이 찍혔다. 8·9 전당대회 결과는 호남의 이정현 대표-대구·경북(TK)의 박 대통령 직계가 직할하는 구도로 완전 재편됐다. 부산의 김 전 대표와 수도권 ‘비박’이 설땅이 좁아졌다. 그렇다고 당장 보따리를 쌀 처지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 ‘문재인당’으로 재편될 것이고, 국민의당은 ‘호남당’ 색깔이 너무나 진하다. 정의화·이재오 전 의원이 신당을 추진한다지만 여권 신당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 ‘친박 정당’으로 복귀한 새누리당 ‘비박’의 운신이 어려운 이유다.
‘이정현 체제’는 내년 대통령선거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의 대권주자가 김무성 의원 한 사람으로 좁혀진 가운데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과 친박의 눈 밖에 남으로써 이정현-TK는 외부에서 대권주자를 물색해야 한다. 대안은 말할 것도 없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은 충청(忠淸)이다. 이정현 당대표는 호남(湖南)이다. 당의 주력은 TK다. 말하자면 충청도 대권후보를 호남 대표가 추대하고 TK가 지원하는 황금의 구도가 짜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나, 이번에 주호영 후보를 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설 공간은 많지 않다. 이정현 신임 대표가 ‘친박’에서 벗어나 ‘초박’(超朴)의 리더십을 보인다면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이 신임 대표가 골수 ‘친박’들을 멀리하고 합리적 ‘비박’ ‘반박’과 얼마나 화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정현 신임 대표의 활약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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