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色’ 찾아 떠난 동아시아 10년 대장정
  • 이경관기자
‘나만의 色’ 찾아 떠난 동아시아 10년 대장정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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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가 신상웅 여행 기록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설렌다.
 직접 여행을 하는 것도, 쪽빛처럼 아스라한 누군가의 여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염색가 신상웅의 ‘쪽빛으로 난 길’은 자신만의 쪽빛을 찾아 동아시아를 돌아다닌 여행기록이다.
 저자는 10여 년간 중국, 태국, 베트남, 라오스, 일본 등을 돌며 그 지역의 염색과 민족과 문화와 일상을 두루 관찰해 책 속에 담아낸다.
 “쪽에서 풀려나온 색소들은 물을 들이는 횟수와 천의 두께 혹은 내가 가늠하기 어려운 다른 조건들에 의해서 저마다의 푸른색으로 살아났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하기 어려웠지만 한곳에 모아놓고 나면 같은 것이 없었다. 저 푸른 것들 사이에 다른 누군가 쪽물을 들인 천을 섞어놓는다면 내 것이 아닌 것을 골라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 내 손으로 물을 들인 것이 분명한데도 내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산모가 아니라 산파인 셈이었다.”(‘들어가며’ 중)
 저자는 어느 날 연암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에서 연암의 화포에 관한 언급을 발견하고 여행에 나서게 됐다.
 합성염료와 공장이 들어서면서 나날이 자취를 감춰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전통 화포의 흔적을 쫓는 여정이다.
 중국의 거대한 산과 강과 평야를 건너 베트남으로, 라오스로 또 일본 교토로 걸음을 옮기는 사이, 저자는 여러 소수민족과 장인들을 만나며 전통과 현대, 그 정서와 변화하는 세월을 엿본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여정으로 이뤄졌다. 그중 1부 ‘푸른색의 바다’와 2부 ‘몽족의 푸른 기억’은 중국 소수민족인 먀오족과 먀오족에서 파생한 것으로 짐작되는 몽족의 푸른색, 화포,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언젠가 저자는 장샤오숭의 ‘민초들의 노래’라는 책을 접한다. 그 책에는 먀오족이 아직도 진한 쪽물을 들인, 흰무늬를 박은 푸른 천으로 옷을 지어 입으며 구이저우 성, 윈난 성, 후난 성 등에 퍼져 산다고 쓰여 있었다. 시골 오지까지 근대화가 밀려와 전통 염색이 거의 모습을 감춘 지금, 저자는 화포가 일상인 먀오족의 삶을 더 늦기 전에 눈에 담아 와야 했다.
 저자는 3부 ‘화포의 그림자’에서 ‘경항대운하’가 있는, 중국 저장 성의 사오싱에서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저자는 ‘표해록’의 여정을 따라 저장 성의 물류가 모여들던 항저우, 창 강과 대운하가 교차하며 부유한 염상들이 문화예술을 부흥시켰던 양저우, 북쪽 황허 강과 남쪽 창 강 사이에 넙치처럼 엎드린 화이안, 그리고 랑산, 난퉁, 원저우 등을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
 화포와 ‘표해록’과 즉흥적인 만남들이 뒤섞인 기행 속에서 저자의 세상은 넓어지고 색은 더욱 깊어갔다. 전통과 관습 전에 삶이 있음을 여행 속에서 알아갔다.
 4부 ‘춤을 물들이다’는 일본 교토의 장인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 담겨있다.
 저자를 일본으로 떠나게 만든 것은 조선통신사 서기들의 기록이 실린 ‘해행총재’의 “곳곳에 깃발이 바람에 어지러이 날리는 것을 물어보니 술집과 염색집이라 한다”는 부분. 그길로 저자는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교토부터 나고야, 나라, 그리고 일본 최대의 염료 생산지였던 도쿠시마 등을 돌았다. 그리고 일본의 고유한 거리와 사람과 축제, 대중교통과 료칸과 스치는 인연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섬세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고유한 색이란, 스스로 실올이 되어 세상이라는 염료를 격한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빨아들인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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