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 3만원’ 이 적은 돈이라고?
  • 한동윤
‘밥 한끼 3만원’ 이 적은 돈이라고?
  • 한동윤
  • 승인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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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내달 28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해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받을 수 없고, 선물은 ‘5만원’ 이상, 경조사비도 ‘10만원’ 이상을 초과할 수 없게 했다. 그 적용 대상이 무려 400만명이다. 공무원은 물론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과 그 가족까지 대상이다. 한마디로 김영란법은 우리나라의 공직풍토를 일대 혁신하는 ‘핵폭탄’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공직자의 법위반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가족까지 처벌하겠다니 누가 ‘호화선물세트’를 받을 것이며, 10만원 이상 경조비를 주고 받겠는가?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고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법 내용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법에 허용된 선물 가액이 ‘5만원’으로 제한됨으로써 선물세트 가격이 대부분 5만원 이상인 농축산물의 수요가 크게 줄고, 결국 농축수산인들만 어려워진다는 아우성이다. 그 피해가 2조2000억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법 시행을 앞두고 고급 요식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한끼 ‘3만원’ 짜리 한정식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 요식업체는 메뉴를 다시 짜거나 아예 업종을 대중식당으로 전환하느라 부산하다. 그들에게 김영란법은 생존방식을 바꾸라는 계시나 다름없다.
정치권에서도 ‘3만(식사)-5만(선물)-10만(경조비)’의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이를 수정하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을 각각 5만 원과 1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대통령이 시행령 개정에 나서달라고 제안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농수축산업계의 비명 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며 “정부가 농수축산업의 걱정을 적극 반영해달라”고 주문했다. 여야의 요구를 정부가 시행령에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국민은 김영란법을 어떻게 생각할까?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8월 둘째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영란법 ‘3·5·10’의 적절성에 응답자의 58.3%가 ‘적절하다’, 23.1%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60% 가까이가 김영란법의 규정에 동의한다는 결과다.
국민의 다수가 김영란법을 찬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경준 검사장의 하늘을 찌르는 부정 부패, 역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100억원 대’ 변호료, 뇌물로 얽히고설킨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썩어 문드러진 비위 등을 목도한 국민들이 “김영란법을 한 자 한 획도 고쳐선 안된다”고 눈을 부라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식사비와 선물비용을 5만·10만 원으로 각각 조정하자고 제의한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실에 비난전화가 쇄도했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한끼를 라면 한 개, 김밥 한 줄로 때우는 서민으로서는 ‘3만→5만원’ ‘5만→10만원’ 타령이 기가 막힐 것이다. 밥 한끼 ‘3만원’짜리가 부족하다는 국회의원들의 밥상에 까무라칠 정도다. 서민들은 1년에 몇 차례, 그것도 명절 때나 한끼 ‘3만원’ 짜리 식사를 할까 말까다. ‘5만원 선물’이 적다는 타령도 그렇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을 계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선량한 서민들도 생각해야 한다. 밥 한끼에 3만원 짜리가 싸다고, 5만 원 짜리 선물을 보잘것 없다고 여기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나라의 장래는 없다. 일부의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이 나라 공직사회는 한 차례 김영란법이라는 천둥번개를 맞아야 한다.
정치권이 할 일은 김영란법 적용에서 빠진 국회의원들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부정청탁 금지’ 조항에서 선출직 공무원들의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이 빠져나간 것은 허용할 수 없다.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 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의 제정 개정 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및 운영 개선에 관해 제안 건의하는 행위’를 포함시켰지만 도대체 ‘공익적인 목적’을 누가 판정할 것이며, 고충민원이 이권을 가장한 것인지 아닌지 누가 가린다는 것인가? 김영란법으로 공직사회를 정화(淨化)의 욕조(浴槽)에 빠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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