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수채화 물감 통을 닫고
붓은 물에 씻어 비스듬히 세운다
수선화 화분 옆, 반 자른 플라스틱 페트병
흘러내리는 물을 조심하게 받아낸다
아니다 산발한 붓이 공중으로 물을 밀어낸다
수채화 하나 그린 뒤 붓을 씻은 것뿐인데
형형색색 흘러내리는 것들이 다시 솟아오른다
이건 분명,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내가
수선화는 햇살보다 조곤조곤 물방울을 맞는다
내려오는 것이 올라가는 것을 빛나게 한다
봄날 아침 수선화 한 송이로 솟아오른 물이
내 안을 환하게 떠받들고 있다
또 무엇을 위해 소리 낮출 수 있는지,
플라스틱 페트병 속에서
한 다발 붓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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