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집 앞에 안상규 벌꿀 집이 있어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가는데
벌을 사랑한 한 스님 말씀이 생각났다
어느 봄날 문득 벌통이 양에 안 차
근처 벌통 몇 개를 합봉했는데
처음엔 벌들끼리 서로 경계하고 물어뜯더란다
몇 밤을 지새우며 생각하다가
벌통 중간에 얇은 한지를 놓았더니
조금씩 생소하던 거리도 좁혀갔더란다
아아 나는 너에게 너무 빨리 가려고
너와 자꾸 어긋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무와 나무 사이,
이 조그만 사이 같은 거리가, 더 오래
우리를 뭉클하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이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적막이
너와 영원한 도반이 되게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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