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물류대란 수습책임 떠넘기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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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물류대란 수습책임 떠넘기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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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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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에 대처하기 위해 뒤늦게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나 사태 여파는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 고위 당국자가 사태 수습의 책임을 한진해운 대주주에게 미루는 듯한 발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고 지적하면서 “한진그룹과 대주주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물류 혼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의 말대로 한진해운이 운임을 받고 배에 물건을 실었으므로 제대로 운송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고, 이는 한진그룹 전체의 신용도와 관련된 문제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입·출항이나 운하 통과, 하역을 거부당하면서 초래된 물류대란은 기본적으로 회사 측이 대금 지급을 못 하는 데서 발생한 문제다. 따라서 한진해운이든 대주주든 밀린 대금을 지급한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의 이야기다.

 한진해운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대주주의 출연 등 자력에 의한 자금조달과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에 모두 실패해 결국 법정관리로 간 기업이다. 이런 기업과, 더는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대주주를 두고 물류대란 해결의 책임을 지라고 하는 임 위원장에게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을 결정한 데 대해 정부와 채권단은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킨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같은 입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하더라도 예상되는 혼란에 대처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최대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초래될 물류 혼란을 예상하고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 국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정부가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아닌가.
 한진해운이 사기업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과 해운 산업의 재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공언했다고 해서 정부가 멀찍이 물러나 뒷짐을 지고 있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정부는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먼저 밀린 연체금 납부에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일 경우 채권단이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한진해운·대주주 측과 ‘밀고 당기기’식 신경전을 벌일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한진해운과 대주주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상황이 정리된 뒤에라도 늦지 않다. 대우조선과 같은 초거대 부실기업에 수조원의 돈을 투입하는 데는 과감했던 정부가 수출입 길이 막힌 기업들을 위해 긴급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몸을 사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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