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생활기록부·성적 조작해서 명문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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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활기록부·성적 조작해서 명문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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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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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의 신흥 명문고인 모 사립여고에서 학교장과 교사들이 성적상위권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와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명문대 진학자 숫자를 늘려 학교 이름값을 올리려는 의도에서 저질러진 범죄였다. 이들 교장, 교사는교육청이 금지하는 심화반을 상위권 학생들을 상대로 운영하는가 하면 정식보충수업료보다 높은 금액을 교습료로 받아 담당 교사들끼리 나눠 가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생활기록부는 각급 대학에서 크게 확대하고 있는 수시모집 때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기록이어서 이들의 조작행위는 부당한 합격자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정직한 수험생이 억울하게 탈락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개별 학교의 범위를 넘어서는 심각한 문제다.
 이 학교의 성적조작 사실은 관할 광주시교육청의 수사 의뢰로 밝혀졌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7월 이 사립여고에서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를 벌였다가 조작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교육청은 당시 감사만으로는 사실 확인에 한계가 있다고 밝히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7일 수사결과를 내놓은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교장과 교사 2명 등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다른 교사 8명을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시 교육청도 지난 8월 퇴임한 교장을 제외한 나머지 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경찰 수사 내용을 보면 입건된 교장과 교사 등이 교육자의 기본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해당 교장은 성적이 우수한 1등급 학생들을 골라 생활기록부를 관리해 주기로 했으며, 학년부장에게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접속권한을 임의로 부여해 기록부를 조작토록 했다. 이들 학년부장은 2년동안 200차례 넘게 나이스에 무단 접속해 학생 25명의 생활기록부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수정했다. 이들은 관리대상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답안지까지 수정해 임의로 성적을 올렸다가 담임교사에 의해 다시 정정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성적조작의 대가로는 학부모로부터 200만원을 받았다. 학교의 이름값만을 올리기 위해 저질러진 행위가 아닌 셈이다.
 해당 학교는 2015년과 지난해 서울대에 8명과 5명을 진학시켜 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로 지역사회에서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평판과 더불어 생활기록부와 성적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차제에 대학입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뿌리째 흔드는 부정행위가 일선 학교에서 저질러질 소지는 없는지 교육 당국은 다시한번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의 부정은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고교 성적조작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이런 부정행위가 저질러진 근본 원인은 학벌 지상주의에 물든 잘못된 교육관이라고 할 수 있다.
 명문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는 것이 학교의 명예를 높이는 일이라는 인식을 고집하는 한 말썽의 소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학교 측이 대학진학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은 잘 안다. 그렇다 해도 부정직한 방법까지 동원해 교육의 결과를 훼손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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