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에 ‘소녀시대’로 대응한다고?
  • 한동윤
‘북한 핵’에 ‘소녀시대’로 대응한다고?
  • 한동윤
  • 승인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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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북한이 지난 9일 실시한 5차 핵실험은 위력 면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15kt 규모로 보인다. 미국 전문기관은 20kt 핵폭탄이 서울 지상에서 터질 경우 서울 인구의 20%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려 200만명이다.
북한 5차 핵실험 의미는 심각하다. 파키스탄이 ‘핵보유국가’로 공인받은 게 ‘6차’ 핵실험 이후다. 인도가 먼저 핵을 보유하고 나서자 파키스탄이 핵개발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6차 핵실험 끝에 인도와 대등한 위치를 확보했다. 북한도 5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북핵에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 ‘핵무장’을 강조하지만 당장 야당은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반입도 마찬가지다. ‘사드’조차 반대하는 야당이 전술핵 재도입을 찬성할리 만무하다. 북한이 핵을 발사하기 앞서 핵 시설을 파괴하는 작전도 세워본다지만 지하 땅굴에 보관한 북한 핵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군이 북한의 핵 발사시 “평양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그건 우리가 북한 핵을 한방 얻어 맞은 뒤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이어 대북 전광판 방송 재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광판 방송에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의 공연까지 방송에 포함시킨 것이다. 북한군을 뒤흔들겠다는 계산이다.

대북 전광판 방송은 2004년까지 실시됐었다. 2002년 서울 월드컵 당시 한국이 4강에 오를 때 전광판에 그 경기 장면이 고스란히 전광판 방송을 통해 북한에 전달됐다. 당시 우리 축구팀의 선전을 전광판을 통해 목격한 북한 군인들이 열광하며 골을 넣을 때마다 함성을 질러대기도 했다. 김정일은 전광판 방송에 북한 군인들이 동요한다는 보고를 받고 노무현 정권에 대북 방송 중단을 하소연했고, 노무현 정권이 이를 받아들여 2004년 중단해버렸다. 그만큼 심리전 효과가 컸다는 증거다.
대북 전광판 방송이 재개되면 고정식이었던 과거와 달리 궤도형 차량이나 트럭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광판을 향해 조준사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전광판 도달거리는 10~15㎞다. 전광판을 확성기와 함께 운용하면 파괴력은 갑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녀시대’, ‘EXO’, ‘AOA’ 등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 아이돌의 노래와 무용은 물론, 김정은의 친모가 북한에서 가장 경멸받는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사실 등을 북한군에 알릴 경우 북한군 내부의 동요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 탈북자들은 “대북 전광판을 보고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심과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의 동요가 있었다”고 증언해왔다. 김정은이 ‘핵’을 앞세우지만 우리는 ‘소녀시대’ 같은 소프트 파워로 북한을 뒤흔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정부도 북한 김정은 체제를 밑둥부터 뒤흔들 ‘정보 폭탄’을 안기는 전략을 수립했다. 미 정부가 지난주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대북 정보 유입 보고서’를 상·하원 외교위에 제출한 것이다. 김정은을 인권 제재 대상에 올리고, 북한 해외 노동자 강제 노동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정보 폭탄’까지 퍼붓겠다는 의도다. 내년부터 5년간 연간 800만달러(약 88억원)를 북한 정보 자유화를 위한 사업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정보폭탄’은 라디오와 태블릿, DVD, MP3,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북한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와 접촉한 대북 단체 대표는 “USB는 1개당 15달러, SD 메모리 카드는 1개당 35달러, 태블릿은 1개당 300달러에 마련할 수 있다”며 “한국 드라마나 김정은 정권 실정 등을 담아 북한 무역 일꾼 등을 통해 유입시키는 방법을 미측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일종의 ‘트로이 목마 작전’이다.
‘소녀시대’ 전광판 송출이나 ‘정보폭탄’은 북한 핵에 비해 너무나 소극적인 대응이다. 그러나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민폭동’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소프트 웨어도 동원할 필요는 있다. 루마니아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인민에게 잡혀 총살당한 것과 같은 일이 북한에서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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