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아침 밥상 앞에서 아들과 함께 신문을 본다
내가 먼저 익숙한 손동작으로
보고 싶은 부분을 찢어 내 앞에 두고
나머진 세상이 궁금한 아들에게 넘긴다
때로는 잘못 찢어
반으로 접은 쪽 모서리가
길게 어긋난 모양으로 찢겨 나가
몇 단어 없이 읽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얼마 안되는 분량이지만
찢겨 나간 곳이 궁금할 때가 있다
아래위로 위치를 맞추어 읽는다고 하는데
줄이 안 맞아 내용이 가끔 어긋나기도 한다
녹색의 거품을 없애야 한다는 기사를
녹색의 기품을 없애야 한다고 잘못 읽고
약간만 어긋난 자리도 딱딱 잘 맞추지 못한다
세상 일 잘 맞지 않아 유쾌한 일 없나 싶어도
아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따로 찢다보면
밥상도 세상도 자꾸 저만큼 더 편집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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