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벨상 25개, 이젠 배도 안 아프다
  • 한동윤
日 노벨상 25개, 이젠 배도 안 아프다
  • 한동윤
  • 승인 2016.1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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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꼭 1년 전 이맘 때 일본의 노벨상 수상을 전하며 배아픈 심정으로 이 난(欄)에 글을 쓴 일이 있다.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학 우주선연구소 교수가 물리학상을, 오무라 사토시 키타사토대 명예교수가 의학생리학상을 각각 수상했다는 뉴스를 듣고 몹시 부러우면서도 쓰라린 속은 어쩌지 못했던 기억이다. 그로부터 1년 뒤인 4일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를 지명했다. 오스미 명예교수의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으로 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플 배도 없다. 그저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다.
오스미 교수는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하는 현상으로 오스미 교수가 바로 그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오토파지’는 세포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에 공통된 신경세포에서의 이상단백질 축적을 막는 역할과 암세포 증가를 막거나 노화 억제에도 관여한다. 획기적인 응용이 기대되는 분야다.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포함하면 3년 연속 노벨과학상 수상이다. 특히 이번 수상은 2011년 노벨화학상 이후 5년 만의 단독 수상이다. 노벨상은 최대 3명까지 받을 수 있으며 보통 2, 3명이 공동으로 수상하지만 이번 상은 오스미 교수 혼자 받았다. 오스미 교수의 수상을 포함해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지금까지 물리학상(11명), 화학상(7명), 생리의학상(4명), 문학상(2명), 평화상(1명) 등 모두 25명이다. 일본 열도가 2000~2002년에 이어 14년 만에 3년 연속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으로 환호한 것은 당연하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며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빛을 주었다”고 밝혔다. 오스미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과학은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도전이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충고했다. 고개가 숙여진다.
일본의 노벨상 수확 소식은 우리 과학계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변하고 있다. 일본은 차치하고 지난해 중국과 터키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 데 우리 과학계는 정부 연구비를 빼먹은 대학교수들이 줄줄이 처벌받는 게 현실이다. 외환위기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투자를 확대해왔고, 노벨상 수상에 필요하다는 기초과학연구원까지 만들었지만 한심한 기초과학 풍토로 봐 노벨 과학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서울대 등 1·2개 국립대학을 상대로 ‘국가 R&D 참여연구원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전북대 A교수는 23개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 11명 등 48명의 연구원 통장을 본인이 관리하면서 이들의 인건비 10억3531만여원을 제멋대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E교수는 29명의 연구비 9억8000만여원을 사촌동생 계좌로 받도록 했고, 사촌동생은 이 돈을 개인용도로 유용했다. 경북대 C교수는 3억810만여원의 연구비를 부당 지급받아 2억5729만여원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노벨상을 하나 받기는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평화상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광기에 휩싸여 핵무기를 휘두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세계 12위의 경제강국이다. 세계 6위의 무역대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허겁지겁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졸부(猝富)가 들어 앉아 있다. 그러고도 매년 이맘때면 스웨덴을 향해 길게 목을 뺀다. 노벨상은  아무에게나 주는 것은 아니다. 다행인 것은 ‘꿈의 빛’으로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지난달 29일 포스텍에 완공됐다는 사실이다.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세 번째 쾌거다. 더 자랑스러운 것은 포스텍이 국내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핵심장치를 개발, 국산화해 세계 가속기시장(약 5조4000억)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자체 개발한 초정밀 전자빔 위치측정장치(Cavity BPM)는 기술 종주국인 미국의 최신 4세대 방사광가속기(LCLS-II)에 수출하는 쾌거까지 이뤘다.
1994년 준공된 포항 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과학기술 발전에 가져온 성과를 감안하면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포항과 포스텍이 우리나라의 최초 노벨상을 안겨줄 날을 손꼽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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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 2016-10-06 02:10:55
이공계 살리기는 개뿔 ㅋㅋㅋ 이제 배가 만성이 되서 안아픈게 아니라 원래 아프면 안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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