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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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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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바람만도 버거운데
가랑비에 젖어 낙엽이 더욱 진다
한 곡조의 슬픈 노래를 불러주랴
이 숱한 이별 앞에

처녀의 가는 허릿매 같은
대를 세우며 벙글던 꽃은 지고
창공으로 치달으며
푸르게 물결치던 잎들도 지고
온 하늘 휘감던 구름도 져서
가랑비 되어 머릿결을 적신다

그루터기만 남은 빈 들녘
희뿌연 이내가 서리로 돋고
찬바람 앞세우며 겨울이 오는데
누가 나를 기억해 줄까
어머니 무덤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은 그 누가 쓸어 줄까

지난한 겨울을 위해
벌레들은 돌돌이 고치를 짓고
다람쥐는 바삐 열매를 모으는데
눈물로 녹여온 세월 돌려세우고
쓸쓸히 뒤돌아서야 하는
핍절한 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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