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등록금’ 퇴짜 놓은 대학생들
  • 한동윤
‘공짜등록금’ 퇴짜 놓은 대학생들
  • 한동윤
  • 승인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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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 서울시립대에 ‘반값 등록금’을 도입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립대 이사장이다. 박 시장이 시립대에 ‘반값 등록금’을 도입하자 대학은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았다. 대학 측은 예산 부족으로 강사 수를 대폭 줄이며 강의 수를 축소, 고학년 학생은 이수하지 않은 과목을 찾아 수강 신청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수강생 100명 이상 대형 강의도 2011년 57개였으나, 지난해 112개다. 어느 교수는 소수 위주의 실습도 반(班)을 합쳐 40~50명을 두고 해야 했다. 교수 연구비 지원 축소도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시립대 기숙사 수용률은 7.6%로 전국 국·공립대 중 거의 꼴찌다. 박 시장은 ‘반값 등록금’으로 국민 앞에 생색을 냈지만 대학과 학생들은 교육질 저하라는 유탄을 맞은 셈이다.
박 시장이 ‘반값 등록금’을 도입했을 때 인터넷에는 “왜 서울시민이 낸 세금으로 다른 지방 출신 학생에게 ‘반값 등록금’ 혜택을 줍니까? 서울 시립대 이사장이라고 서울 시민이 낸 세금을 시장 마음대로 써도 됩니까? 시장님은 ‘가난해서’ ‘내가 낸 재산세 아니거든요’ 인가요?”라거나, “서울시에서 내는 세금으로 대학이 운영되면 당연히 서울시민에게 반값 등록금이 지원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등록금 퍼주고 싶으면 본인 세금으로 하시지요”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그랬던 박 시장이 SNS 개인방송인 ‘원순씨 X파일’에서 지난달 6일 느닷없이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내년부터 전액 면제할까 봐요” 운운했다. ‘반값 등록금’에 이어 ‘공짜 등록금’이 튀어나온 순간이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등록금 없이도 대학을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박 서울시장의 ‘공짜 등록금’ 포퓰리즘을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비토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11월 8일 열릴 학생총회에 ‘무상등록금 철회안’을 상정키로 하고 지난 15일부터 ‘0원 등록금 설문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19일 현재 1500여 재학생 가운데 63.7%가 반대, 23.8%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학생 대다수가 등록금 포퓰리즘이 초래한 폐해를 체감한 결과다. 그러자 서울시는 20일 시립대 등록금 전액 면제 계획을 유보하겠다고 대학 측에 통보했다. 사실상 ‘포기’다. 등록금 전액 면제로 가면 학교 꼴이 말이 아니게 돼버릴 걸 꿰뚫어본 대학생들의 판단에 박 시장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스위스 국민이 지난 6월 1인당 월 300만원씩 현금을 주는 ‘기본소득법’ 법안을 부결시킨 것과 같은 현명한 선택이다.

박 시장은 정부가 반대하는데도 청년 수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청년 1인당 50만원 씩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벌써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청년수당을 받은 2831명 가운데 중·상류층 가정 출신 청년까지 들어있어 문제가 됐다. 월평균 납입 건강보험료가 18만원 이상인 114명이 포함된 것이다. 18만원 이상의 보험료 납부는 연봉 7058만원 이상 연봉자에 해당되는 액수다. 상위 15%에 속한다. ‘금수저·은수저’에게 공짜 돈을 준 셈이다.
이숙자 서울시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수혜자는 최근 월평균 건강보험료를 53만9160원 낸 것으로 드러났고, 또 다른 수혜자도 53만2440원을 납부했다. 한 수혜자가 납부한 월평균 건보료는 무려 170만원이다. 박 시장이 국민세금으로 부유층 청년들에게 공짜돈을 찔러 준 격이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공짜 등록금’ 퇴짜는 큰 뜻이 있다. ‘복지’와 ‘선심’ 공약으로 국민세금을 한 쪽에 퍼주면 다른 쪽에 주름이 가게 마련이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공짜 등록금’을 원했다면 그들이 받아야 할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졸업 뒤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뻔하다. 시립대 학생들이 박 시장의 ‘공짜’에 퇴짜를 놓은 것은 그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어떤 ‘공짜 공약’이 쏟아질지 걱정이 앞선다. ‘공짜 등록금’을 외면한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용기를 국민들이 이어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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