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파트너가 ‘최순실’ 이었나?
  • 한동윤
박 대통령 파트너가 ‘최순실’ 이었나?
  • 한동윤
  • 승인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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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사실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문 등을 최순실씨와 협의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최씨가 급히 이사하면서 버린 컴퓨터에서 발견된 온갖 청와대 문건이 최씨의 손에 의해 수정되고 첨삭됐다는 놀라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순간이다.
청와대는 애초 박 대통령 연설문을 최씨가 수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조 시대도 아니고 말이되는 소리냐”고 잡아 뗐다. 그러나 모 방송에 의해 최씨 컴퓨터 파일이 통째 로 공개되자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사과’까지 한 상황이 안타깝다. 더 답답한 것은 박 대통령이 그 많은 참모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아녀자에 불과한 최씨에게 의탁해야 했느냐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와의 관계에서 박 대통령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라는 공식 조직 외에 ‘최순실’이라는 ‘비선’(秘線)을 가동하고 거기에 의존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홍보물은 ‘국정’(國政)의 일부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의 일부를 최씨라는 사인(私人)에 위임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 말처럼 대통령도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는 게 사실일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 것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최씨와의 관계가 단순히 ‘의견을 듣는’ 관계 그 이상이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최씨의 의견을 듣는 일을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했지만 여러 자료는 그렇지 않다고 증언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더구나 최씨 컴퓨터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가 발표되기 하루 전 입력된 사실이 밝혀졌다.
박 대통령이 말한 ‘의견을 듣는’ 내용에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까지 포함됐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박 대통령의 최씨에 대한 의지와 의존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게 아닌지 의아하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의견을 듣는’ 관계인 최씨의 ‘거칠 것 없는’ 국정 농단 의혹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최씨 의혹이 제기됐을 때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를 못느낀다”고 일축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나왔을 때 “그게 말이 되느냐”고 일축했던 것과 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나 최씨가 미르·K스초프재단을 쥐락펴락한 증거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두 재단 설립에서부터 이사장 선임, 간부 인사까지 최씨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최씨가 재단 기금을 자의대로 사용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재계 협조로 만든 재단에 입김을 불어넣은 최씨의 행동이 ‘의견을 듣는’ 것에 국한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최씨의 딸은 승마 특기로 이화여대에 특례 입학했다. 그 과정에 온갖 특혜와 특전이 부여됐다. 최씨 딸에게 특전을 준 이대와 해당 교수는 교육부로부터 큰 혜택을 받았다. 최씨의 영향력이 박 대통령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딸에게 학점을 주지 않은 교수에게 “교수 따위가…” 운운한 최씨의 방자함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정말 밝혀내고 싶다. 박 대통령이 최씨 문제에 솔직히, 그리고 신속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본질에 접근하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정쟁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지난 3년 여 공조직 대신 외부 비선조직에 의지해온 점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모든 채널을 공식화하는 게 절대 필요하다.
최순실 사태로 박 대통령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고민 끝에 꺼내 든 ‘개헌’카드도 빛 바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청와대가 주도하는 개헌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가 주도하고 싶어도 주도할 여건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의 와중에 이 파문을 덮기 위해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인상을 준 게 실책이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국내정치에서 발을 빼고 외교와 안보에 전념하는 것이다. 개헌도 국회에 일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고 싶어도 가능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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