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때문에 개헌 않겠다고?
  • 한동윤
‘최순실’ 때문에 개헌 않겠다고?
  • 한동윤
  • 승인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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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6월 16일 국회의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20대 국회에서 개헌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20대 국회 개헌 완수’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의 흐름들을 수용할 수 있는 개헌이 돼야 한다”며 ‘1987년 체제’로부터의 탈피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지하고 나섰다.
더민주당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아예 독일식 비례대표제 개헌을 들고 나왔다. 그는 개헌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을 통한 ‘제3지대’ 구축 의지도 드러냈다. 새누리당의 ‘친박’과  더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친문’을 배제한 ‘제3의’ 정치세력 을 의미한다.
야당내의 개헌론에 새누리당은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 개헌논의에 들어갈 만큼 국민적 관심과 합의가 이뤄져있는가를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 전 대표와 ‘비박’ 일부가 개헌에 찬성했을 뿐이다. 청와대는 그 때만 해도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파동’의 한가운데서 느닷없이 ‘개헌’을 들고 나왔다. 최순실 파문을 덮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장했던 ‘1987년 체제 극복’이다. 야당은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흔들자 즉각 반발했다. ‘최순실 개헌’이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예전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정권연장을 위해 3선 개헌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라며 “마치 정권연장을 위한 개헌 음모처럼 비친다”고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비난했다. 개헌에 적극적이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다분히 우병우· 최순실 등 논란을 블랙홀로 만들려는 정략적인 측면이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이 “개헌은 야당이 먼저 원했던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정현 대표는 “개헌은 정치적 사안과 별개”라며 “개헌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고 강조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도 “개헌은 야당이 먼저 선창했던 주제”라고 역공을 폈다.
박 대통령의 개헌 발제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정국 전환용으로 개헌을 꺼내 들면서도 청와대에서 주도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 ‘최순실’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발을 빼는 것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 입만 열면 개헌을 주장하던 야당이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소극성을 보이는 것 또한 순수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순실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개헌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촉매나 다름없다. 절대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당선되면 구중궁궐같은 청와대에 고립됨으로써 최순실같은 ‘비선’(秘線)이 활개칠 여건이 마련된다. 의원내각제처럼 총리가 국회에 상시 출석해야 하고, 국민 가까운 곳에 집무실이 있다면 비선이 준동할 길이 없다.
야당의 개헌 주장은 한결같이 ‘제왕적’인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한다는 데 모아진다. 50% 겨우 넘는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시스템, ‘낙하산’으로 상징되는 대통령 인사권, 국무총리를 내세워 국회로부터 추궁당하지 않는 대통령이 초법적인 통치행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론이 순수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고 ‘개헌’을 요구해온 야당이 ‘최순실 개헌’은 못하겠다고 뒤로 빠지는 것은 잘못이다. 이럴 때 일수록 최순실같은 비선이 설치지 못하도록 하는 권력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군사정부는 제쳐놓더라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를 야당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개헌은 개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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