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 정재모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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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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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11을 한자로 쓰면 十一, 이 두 글자를 세로로 이어붙이면 흙 土(토)자가 된다. 그러므로 흙이 두 번이나 겹치는 날이 11월 11일이다. 농업과 연결 지을 만하다. 정부가 지난 1996년에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지정했다. 국민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의 노고에 감사와 위로를 드리는 날이란다. 당시까지 시행하던 권농일(勸農日)을 폐지하고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정해 정부 기념일로 삼아왔으니 제정한 지 어언 20년이다. 말이 난 김에 권농일의 역정을 잠시 살펴본다.
원래 민속의 권농일은 음력 2월 초하루였다. ‘머슴의 날’이라고도 했는데 본격 농사일 시작에 앞서 위안차 일꾼들을 쉬게 하는 날이었으리라. 해방 후부터는 시한영농에 부족한 모내기 일손을 돕기 위해 6월 15일을 권농일로 정했다. 이후 모내기 시기가 빨라지자 60년부터 6월 10일로 당겨 72년까지 이어갔다. 73년부터는 모내기 일손돕기에 나서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6월 첫째 주 토요일을 권농일로 삼았다. 모내기가 더 빨라짐에 따라 1984년부터는 5월 넷째 주 화요일로 당겼다. 그리고 기계이앙 시대를 맞아 유명무실해지나 했더니 11월 11일 ‘농업인의 날’로 옷을 갈아입었다.

정부의 농업 정책이 갈 짓 자 같은 탓에 권농일도 그런 건가 싶어 문득 서글퍼지는 바가 있다. 흙 토 자 둘이 겹친대서 농업인의 날이라 한 건 상술 앞세운 초콜릿회사가 이날을 멋대로 ‘빼빼로데이’라고 부르는 것만큼이나 장난기마저 느껴진다. 어린 여학생들이 살찌지 말고 1자처럼 날씬한 몸매 잘 유지하라는 덕담으로 젓가락 같은 초콜릿을 서로 주고받는 날이 빼빼로데이다.
11월 11일 오늘은 양(陽)의 수 1이 넷씩이나 겹쳐져 좋은 날일까. 또 다른 기념일도 하나 더 있다. 국토해양부가 2010년에 정한 ‘보행자의 날’이다. 걸어다니는 두 발을 우스개로 ‘11호차’라 한 데서 취한 날이리라. 정부는 걷기행사를 벌이며 보행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과자 장수엔 초콜릿 신나게 팔리는 날이요 생활의 여유작작한 사람들은 느긋이 다리 건강 챙기는 날이다. 한편으론 곳곳에서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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