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 밥심
  • 김용언
고봉 밥심
  • 김용언
  • 승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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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밥아 너 본지 오래로구나.” 이몽룡은 춘향모 앞에서 걸귀(乞鬼)들린 듯이 먹어댔다. 양반댁 자제다운 먹음새는 ‘딴 데 가서 알아봐’다. 이런 대목에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라도 곱다’는 시쳇말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옛적부터 우리 민족은 ‘밥이 보약’이라고 믿고 살았다. ‘밥이 분(粉)’이라고도 했다. 밥 잘먹으면 분 바른 듯 얼굴이 뽀얗게 된다는 속담이다. ‘밥그릇이 높으니 생일날만(생일만큼) 여긴다’는 속담도 있다. 새로 나온 ‘우리말 절대지식’(엮고 쓴이: 김승용)을  참고해 간추린 내용이다.

수북하게 담은 밥을 고봉밥이라고 한다. 한자 고봉(高峰)에서 온 말인가 했더니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국어사전엔 ‘高捧’이라고 써있다. ‘받들 봉’이란다. 어찌 됐거나 고봉밥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었다. ‘우리 음식의 언어’(지은이 : 한성우)란 신간에 재미있는 사진이 실려있다.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7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반으로 줄었다”는 밥그릇 7개의 크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1942년 550㏄ 이던 것이 1992년엔 400㏄가 됐다. 그것도 많다는 듯 2013년엔 260㏄로 줄어들었다. 고봉밥이 반토막이 난 꼴이다.
올해 쌀값이 21년만에 가장 싸다고 한다. 80㎏를 잣대 삼으면 12만9348원이다. 지난달보다도 280원 내렸다. 지난해 이맘때 쌀값은 15만1644원 이었다. 13만원대 마지노선이 무너진 셈이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수발아(穗發芽)현상까지 발생했다. 벼 이삭에서 싹이 트니 그 피해가 얼마인가. 쌀 생산량은 줄어들게 마련인데도 쌀값은 내리막을 치닫고만 있다. 옛적부터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고 했다. 고봉밥이 상징하는 그대로다. 없어서 못먹던 시절의 얘기다.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처지다. 출산율까지 줄어들고 있다. 고봉밥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보게 되는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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