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무관심, ‘대권’에 올인한 야권
  • 한동윤
‘개헌’ 무관심, ‘대권’에 올인한 야권
  • 한동윤
  • 승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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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이후 상황 중구난방… 분권형 개헌 등 뚜렷한 플랜 내놔야”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이른바 야권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치인들이 엊그제(21일) 오찬 모임을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에 공모 관계에 있다”는 검찰 발표가 나오자마자 급히 모인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이재명 성남시장·박원순 서울시장·김부겸 의원·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8명이다. 소위 ‘비상시국 정치회의’다.
 합의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손을 뗄 것 △대통령 탄핵 추진 △국회 주도로 총리를 선출하고 과도내각 구성 등이다. ‘정의로운 국가 건설’ 등 미사여구가 덧붙여졌다. 박 대통령을 퇴진시킨 뒤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은 전무하다.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이날 모임에서 ‘박 대통령 이후’에 관한 의견이 나오긴 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대통령을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짜야 한다”면서 “내각분권형 개헌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참에 개헌까지 밀어붙이자는 제안이다. 김부겸 의원은 “국정수습 방안으로 책임총리를 내고, 책임총리가 수습한 다음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에 대해 밝혀줬으면 한다”고 했다. 안희정 지사도 “국민은 좀 더 안정적으로 국정 혼란이 메워지고 성숙한 국가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는 “검찰 발표를 보면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특권으로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 것일 뿐 구속될 만한 충분한 사유가 확인됐다”며 “대통령은 스스로 결단해서 먼저 퇴진을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면서 “퇴진한 뒤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야당 대권주자들의 주장대로 박 대통령이 퇴진하거나, 국회 탄핵이 이뤄지면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행 5년제 단임제 헌법에 의해서다. 그러나 ‘5년 단임제’는 야당이 ‘실패’라고 낙인 찍은지 오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을 화두로 던질 정도로 야당내의 개헌 요구는 팽팽한 상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면서 그 뒤의 상황에는 중구난방이다. 특히 대권주자 선두라는 문재인 대표가 개헌에는 부정적이다. ‘5년 단임 대통령’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그 점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5년 대통령’ 단독 집권이 목표로 보인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도 현행 단임제의 폐해가 근원이다. 절대권력자 1인이 구중궁궐에 들어앉아 권력을 휘두르니 내각이나 참모가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 최순실이 청와대에 몰래 드나들 수 있었던 것도 대통령제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면 이 참에 권력구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의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 “퇴진 뒤에도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은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이 “마치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말씀하는 것은 국민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고 힐난했다.
 결국 8인 모임은 ‘박 대통령 이후’에 대한 어떤 뚜렷한 플랜 없이 끝났다. 박 대통령이 퇴진하거나 하야하면 국무총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헌법대로 대통령선거를 치를 것인지, 아니면 분권형 개헌을 한 뒤 선거를 할 것인지 아무런 제시도 없었다.
 원로들은 ‘박 대통령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 무작정 끌어내릴 게 아니라 질서있는 퇴로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책임 총리’를 천거하고 그 총리 중심으로 개헌을 주도하게 한 뒤 개헌이 이뤄지면 선거를 치르고 당선자에게 정권을 물려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 대선주자들에게는 그런 지혜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촛불’이고 ‘대통령 하야’다. 그러자 청와대는 야당이 천거하는 ‘책임총리’를 받을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고 나왔다.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퇴진도 하야도 없으니 “탄핵할 테면 하라” 식이다. 국민은 답답하다. 나라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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