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 경북
  • 정재모
인심 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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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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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1690~1756)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조건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은 차례로 꼽았다.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다. 지리는 물길(水口)과 들판 및 산의 형세를 이른다. 이것들이 좋아야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거다. 생리는 생활하는 데 있어서의 이익을 말함이니, 곧 기름진 땅이 이에 해당한다. 인심이란 남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고 도와주는 마음이다. 산수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관이다.
이중환이 내세운 복거(卜居) 조건 네 가지 중 지리 생리 산수 셋은 자연이다. 물 흐름과 교통이 좋고 산물도 풍부하게 생산할 수 있으며 여유를 갖고 유람할 만한 경치가 가까이 있는 곳.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이중환은 그것만으론 살기 좋은 곳의 조건으로 충분하다고 보지 않았다. 반드시 인심까지 좋아야 괜찮은 복거지로 보았던 거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인심이 순후해야 살 만한 곳이라는 건 오늘날에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주거지 선택 조건이다. 

경상북도가 최근 시행한 ‘경북사회조사’에서 도민들은 경북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인심’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았다. ‘경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냐’는 물음으로 주관적 응답을 쓰게 했더니 인심이라는 단어를 적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거다. 도민들이 응답한 인심은 그냥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필시 ‘순후하고 아름다운 인심’일 거다. 경상북도 사람들은 스스로 인심이 좋은 고장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경북을 인심 좋은 고장이라 할 만한 옛 이야기들이 여러 곳에 널려 있다. 대표적인 게 널리 알려진 경주 최 부자집 일화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300년 넘게 이어내리며 흉년에 곳간을 아낌없이 열어 구휼함으로써 부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만석꾼이 경주 최 부자다. 그 최 부자 같은 이들이 가졌던 두터운 인심의 전통이 경북의 이미지라고 도민들이 널리 생각하고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셈이다. 경북사람들의 그런 자의식이야말로 문경을 비롯한 경북 내륙지방이 귀촌·귀농지로 최근 전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것과 무관치 않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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