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한가운데서 떠올려보는 여름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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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의 한가운데서 떠올려보는 여름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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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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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수/편집국장
 
   오늘의 기상도에서 전국은 머리에 우산을 꾹 눌러 쓰고 있다. 주춤하던 장마가 다시 북상 중인 것이다.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이면 해마다 겪는 통과의례다.
 예부터 `칠월 장마에는 돌도 큰다’ 하지만 `가뭄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며 물난리를 경책 삼아왔다. 더욱이 이달 중순껜 돌발성 집중호우가 잇따른다는 예보다. 장마 지고 나면 곧장 찜통더위다. 불볕더위 기승부리는 성하(盛夏)의 목전이 장마이기에 언제부턴가 휴가철은 늘 장마를 타고 왔다.
 7월부터 휴가철이 본격화하는 데다 일년 열 두달 중 휴가 성수기라면 으레 7~8월이 첫손에 꼽힌다.
 7월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장마철 돌발성 집중호우처럼 일주일전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에 여객기 추락 참사가 들이쳤다. 한국인 13명을 비롯하여 22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여객기 추락사건은 조종사 부주의, 비행기 정비 불량, 악천후 등의 악재가 겹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광객 안전을 뒷전에 내몬 패키지 저가 상품의 위험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시쳇말로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공공연하다.
 요즘 해외여행만큼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영역도 드물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중 100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는 전체 국민의 21% 수준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주 5일 근무제 확산에다 원화 강세까지 겹쳐 너도나도 해외로다. 씀씀이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소비한 지출액은 무려 15조3948억원으로 외국인 국내 소비지출액의 3배에 달한다.
 되돌아보면 해외여행 전성시대의 맹아는 올해 스무 돌을 맞는 6월항쟁에서 싹텄다. 반공과 독재로 점철된 엄혹한 정치적 공간 속에서 장삼이사들이 해외여행을 꿈꾸기란 언간생심 가당치도 않았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독일이든 해외라면 반체제 인사들이 횡행하는 데다 여차하면 옻오르듯 불그스레해질 수 있기에 남한땅은 외톨이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안으로는 1987년 민주화 바람에다 밖으로는 이듬해 88올림픽이라는 국제화 바람까지 겹치면서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전격 시행된 것이 1989년 1월 1일의 일이다.
 자유화 직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몰렸던 한국인들이 보다 물가가 싸고 이색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한때 공산권이었던 캄보디아 베트남 등으로 발길을 옮긴 것은 최근 몇 년의 일이다.
 해외여행도 장마철을 두드리는 빗줄기처럼 리듬이 있는 듯하다. 이름난 곳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 여행에서 요즘은 배낭여행과 에어텔 등 꼭 필요한 부분만 여행사를 이용하고 일정 숙소 등은 스스로 준비하는 개별여행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하지만 여행지 선택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데다 `빨리빨리’의 주마간산격 여행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들어 유행하는 `느림의 미학’이 `슬로푸드’(slow food)에서 이제는 `느림보 여행’(slow travel)에 접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뉴스워크’지는 유럽과 미주 쪽에서는 굵고 짧은 휴가가 아니라 가늘고 긴 휴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2007년 지구촌 관광추세’는 개인화 심층화로 정리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비행기가 아니라 기차 배 자전거 도보 등을 통해 목적지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여유롭게 즐기기, 집 근처 좋은 곳 찾아가기, 단체여행보다 틈새 관광 선호하기, 오지에 머물며 현지인 사귀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일상의 연장인 양 의무방어전 치르듯 `빨리빨리’ 해치우는 휴가가 아니라 느긋한, 그리하여 일상밖에서 삶을 여유롭게 재충전하는 `느림의 휴가’를 장마의 한가운데에서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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