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은 어느 때보다도 우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어수선한 정국으로 인해 27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행사에 불참한 탓도 있지만,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불렸던 수출의 퇴조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8.0%)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 거의 확실하다. 10월까지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8%가 줄었다. 수출액이 2년 연속 뒷걸음질한 것은 산업화 이전인 1957~1958년 이후 무려 58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과 함께 수입액도 줄어들어 2년 연속 무역액 1조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을 기념해 행사일을 11월 30일에서 12월 5일로 옮긴 의미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몇 년간 수출입이 이렇게 오그라든 것은 세계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았던 탓도 크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줄었지만, 세계순위는 6위를 차지했던 반면에 올해는 프랑스와 홍콩에 다시 추월당해 8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역의 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시상 규모도 초라해졌다. 수출의 탑 수상기업 수는 1209개로 지난 2002년 1191개 이후 가장 적었다. 또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 달러 이상 수출탑을 수상한 업체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것은 내년의 수출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다.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내걸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한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과 브렉시트에 이은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 석유 등 주요자원 가격의 여전한 약세, 그나마 세계 경제의 위축을 막는 역할을 해온 저금리 추세의 반전 등 세계 경제에는 하방 위험이 더 뚜렷해 보인다.
조선, 철강, 반도체, 전자,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 산업은 중국 등 후발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구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라고 할 지식산업이나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아직은, 또 적어도 가까운 장래까지는 수출 위주의 제조업이 우리나라의 성장과 고용 창출을 주도하는 중심 산업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통해 범정부적인 지원 의지가 결국은 수출 경쟁력의 증대와 수출 실적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다. 격동의 정국이 정리되는 대로 정부와 정치권이 최우선으로 힘써야 할 일은 수출 기업들의 애로를 경청하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돼야 한다.
내년 무역의 날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수출탑 수상기업이 대폭 증가하고 대통령이 기념식장에서 기업인들과 함께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기를 기대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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