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재벌그룹 총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태원 SK그룹, 구본무 LG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전경련 탈퇴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의 ‘재촉성’ 질문에 일부 그룹 회장들이 마지못해 긍정적답변을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청문회 자리에서 전경련 회장단을 구성하는 재벌 회장들이 전경련의 존재 이유를 옹호하기는커녕 ‘해체’에 동조했다는 것은 현재 전경련이 처한 상황을 잘 대변한다.
1961년 5·16쿠데타 직후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범한 전경련은 55년간 기업 애로사항을 호소하거나 정책을 개발·제안하는 경제단체 본연의 활동 이외에 한국의 간판급 대기업들로 구성된 단체답게 다채로운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왔다.
무엇보다 전경련은 한국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정경유착의 통로, 부패한 권력을 위한 모금자의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전경련은 과거에도 일해재단 자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의혹 등에 연루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사과와 윤리선언 등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결국 구태를 떨치지 못하고 또다시 ‘최순실 국정농단’의 앞잡이 역할을 함으로써 도저히 국민의 용서를 받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국회 청문회에서 일부 그룹 총수들이 공개적으로 탈퇴 의사를 밝힌 후 전경련은 쇄신 방향에 관한 소속 회원사들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고 한다. 전경련은 순수민간단체로서 사단법인의 지위를 가진 만큼 쇄신 대책도 회원사들 스스로 강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겉치레 개혁’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 연구단체로 거듭나는 방안,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통합하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조직 형태나 명목상 기능의 변화가 아니다. 다시는 불미스러운 권력형 부패사건에 연루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다지고 이를 담보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에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해체 이외에는 답이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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