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SNS 정보, 진실 판단 어렵다
  • 정재모
넘치는 SNS 정보, 진실 판단 어렵다
  • 정재모
  • 승인 2016.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지난달 미국 대선 직전 카카오톡 한 통이 날아들었다. 열어보니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치마를 들춰 허벅지 쪽으로 손을 넣고 둘이 함께 웃고 있는 해괴한 그림이었다. 합성사진인 줄 대번에 알 수밖에 없는 ‘주제’였지만 사진합성 기술 따위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에겐 영락없이 진짜로 보였다. 비전문가로선 부자연스러운 데를 전혀 볼 수 없이 정교한 조작이었던 거다.
이런 유의 가짜 사진은 하루에도 몇 컷씩 날아들고 있다. 사진뿐 아니라 문자메시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국 관련 글들이 끊임없이 쌓여간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 누구나 겪고 있는 현실이다. 나는 그것들 상당수가 확인해볼 필요도 없이 가짜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확실히 알고 있는 내용이 엉뚱하게 왜곡된 메시지를 몇 건 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SNS를 타고 스마트폰 사이버 공간에 돌아다니는 가짜 얘기들은 시대 상황을 전하는 뉴스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 수신자들은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실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길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확인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저 참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채 읽고 뇌리에 담아둘 뿐이다. 주변의 대다수는 그걸 참인 걸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투를 보면 그렇다.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군가가 이 같은 가짜를 끊임없이 생산하여 SNS상에 전파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행위 뒤에는 복수심 따위 개인적 동기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음험한 정치적 목적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문제는 이런 가짜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순간 트럼프와 클린턴이 엉겨 있는 가짜 사진처럼 어느새 사실 또는 진실인 걸로 머릿속에 굳어지기 시작한다는 거다. 속는 사람들이 있으면 재미를 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SNS의 가짜 뉴스는 끊이질 않을 거다.

지난 8월 현재 국내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이 4600만대라고 한다. 한 사람이 두 대, 세 대씩 가진 경우가 많은지는 몰라도 웬만한 국민이라면 다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숫자다. 날아다니는 가짜 뉴스에 속는 사람이 이들 중 2할만 돼도 1000만명에 가깝다. 이러니 뉴스로 분장된 거짓이 횡행하고 있는 거다.
사람들은 왜 이런 가짜에 속을까.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정규 매체를 통해 밝혀진 믿을 만한 사실에다 허위를 갖다 붙이는 수법을 쓴다. 적당한 사실에 거짓이 보태지면 사람들은 거의 다 속는다. 길거리 가짜 약장수들이 병의 증세를 입심 좋게 늘어놓는 걸 듣다보면 사람들은 영락없는 자신의 증세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지닌 병의 증상을 너무도 정확히 표현하는 그가 가짜 약장수란 의심을 풀게 된다. 말하는 증상이 너무도 ‘내것’이매 그가 떠벌리는 약효도 믿어버리게 되는 거다.
영국의 옥스퍼드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를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탈(脫)진실’이다. 사실이나 진실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사회에서 더 잘 통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트럼프의 당선,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에 영미 지역에서 이 말이 크게 유행한 덕분에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일이 여론 형성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상황은 서양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그렇다. 그리고 그 선두에 스마트폰과 SNS가 있다.
보수나 진보진영 할 것 없이 SNS로 날려 보내는 온갖 정보들은 그 내용에 절반쯤의 사실적 건더기가 들어 있다. 하지만 그건 낚싯밥이다. 진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자기편에 이익 되는 자기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허위다. 사람들은 낚싯밥이 사실임을 아는 까닭에 그 주장도 사실과 진실인 걸로 여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장만한 스마트폰에 담겨오는 넘치는 정보들 어디까지가 낚싯밥이고 어디서부터가 특정인들의 주장인지, 허위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타고 오는 엄청난 정보가 진실을 판단하기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떡하면 좋을까. 스마트폰으로 오는 공짜 정보, 신문에 나는 ‘오늘의 운세’처럼 깊이 믿지 않는 게 답일는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