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된 의원 의정활동비 주는 지방자치
  • 정재모
수감된 의원 의정활동비 주는 지방자치
  • 정재모
  • 승인 20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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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지방의회 의원들은 범죄혐의자로 구속되어 감방에 갇혀 있어도 의정활동비를 꼬박꼬박 받는다. 1인당 매월 광역의원 150만원, 기초의원은 110만원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특권이라기보다는 정신 나간 ‘퍼주기’라고 하는 게 옳다.
널리 알고 있듯이 지방의원 의정활동비는 의정자료 수집 및 연구 활동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정액으로 보전해주는 돈이다. 이런 취지의 돈을 범죄 혐의로 구속되어 감방에 있는 사람에게도 주고 있는 불합리가 지금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모든 지방의회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납세자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전국의 광역·기초의회를 통틀어 구속 상태에 있는 의원은 지난 22일 현재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8명이 감방에 구금돼 있으면서도 활동비를 받고 있다. 구미시의원, 군위군의원 등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숫자의 많고 적음이 문제일 수는 없다. 제도가 정비되지 않는다면 8명이 80명이 될 수도 있고 800명인들 되지 말란 법 없다. 지방의원이 국회의원만큼은 아닐지라도 좋은 자리인 줄은 다들 안다. 무보수 명예직에서 지난 2006년 유보수직으로 전환될 때부터 그렇다. 하지만 감방에서도 의정활동비를 받는 정도일 줄은 몰랐을 거다. 무노동이면 무임금이란 말은 오래 전에 나온 조어다. 이 조어를 본뜬다면 일러 ‘무활동 유수당(無活動 有手當)’ 현상이 지금 대한민국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다.

구속 상태의 의원에게 의정활동비를 진즉부터 주지 않는 곳이 없지 않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14년 말부터 의원이 구속되면 의정활동비와 여비 지급을 않도록 관련조례를 개정했다. 나중 무죄로 확정되면 의정활동비는 소급 지급한다. 인천광역시 남동구의회, 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도 이미 관련조례를 개정해 구속된 형사피의자에게 의정활동비 지급을 않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구속 상태의 의원에게 의정활동비 지급을 제한하도록 조례를 정비하라는 지침을 지자체에 냐려 보냈다. 서울시나 인천 남동구 광주 광산구의 예에 비춰볼 때 정부 지침이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조례를 정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행자부가 지침까지 내린 건 다수 지방들이 이 같은 조치를 쉽게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지침이 나왔는데도 여전히 지방들은 이를 미적거리고 있다. 내년도 의정비 인상안 처리에는 지자체마다 그렇게 적극적이면서 구속된 의원 의정활동비 지급 제한 조례 개정에는 늑장을 부리고 있는 거다.
행자부지침 이후 전국 243개 지방의회 가운데 구속 상태 의원에게 의정활동비를 지급않도록 조례 정비를 마친 지방의회는 이달 현재 22곳이다. 조례 개정안이 발의돼 곧 의결할 예정인 지방의회 56곳까지 합쳐도 78곳뿐이다. 지금까지 조례 개정안이 발의도 되지 않은 지방의회는 모두 165개에 이른다. 자기네 기득권 버리는 일이라서 각 의회들이 조례개정을 외면하고 있는 걸까. 지자체 집행부마저 의회 눈치를 보며 조례안을 못 내고 있는 걸까. 어쨌거나 한심한 일이고 납세자에 대한 배신이다.
조례 사항이기 때문에 지방의회가 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이 사안을 지자체에 맡겨 둔다면 필시 백년하청일지도 모른다. 지방의원들은 남의 물매질에 밤 줍듯이 아마 국회가 ‘특권 내려놓기’를 미적거리는 데 기대고 있을지 모른다. 구속 중인 국회의원에 대한 각종 수당 지급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특권 내려놓기 법안이 지난 9~10월 논의되다가 그만 흐지부지되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덮쳐버린 거다. 지방의회도 그 눈치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안 될 말이다. 정부는 조례개정을 자율에 맡겨 두고 마냥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자치법 개정으로 이를 일거에 고치게 해야 한다. 그걸 두고 지방 자율 침해라고 나무랄 국민은 아마 지방의원 말고는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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