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두 다리가 튼튼하다고 자부하던 시절엔 걸핏하면 배낭을 짊어졌다. 산행 도중에 토종닭을 마주치곤 했다. 풀어 놓은 토종닭들이 열심히 모이를 쪼아대는 옆에 괴발개발 흘려쓴 간판이 서있었다. ‘ 닭도리탕 전문’이라고 선전했다. 토종닭들이 까막눈이기 망정이지 ‘날 잡아잡수’라고 쓴 것과 다름없다.
길동무에게 물었다. “닭도리탕이 뭐야?” 일본말 같은 ‘도리’가 우리말 ‘닭’과 한 묶음이 된 까닭이 궁금해서 던진 물음이었다. 산이야 날다람쥐처럼 잘 탔지만 친구의 설명은 ‘맹탕’과 다르지 않았다. 국어전문가들이 순화어라며 ‘닭볶음탕’이란 걸 내놨다. ‘볶음’은 뭐고 ‘탕’은 또 뭔가? 이래저래 갈증만 키운 이름이 ‘닭도리탕’이다.
경북은 아직까지는 안전한 셈이다. 큰고니의 사체와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오긴 했지만 사육 농가들에게 입힌 피해는 없다. 이 특이한 현상을 ‘매우 지나치게, 매우 빠르게’방역한 덕분이라고 설명한 사람은 경북도 간부 공무원이다. 시쳇말로 ‘철벽 방역’작전을 편 결과라는 소리다. 이 바람에 양계농들은 볼 멘 소리도 했던 모양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역에는 안 통하는 소리다. 거칠 것 없는 AI가 경북에선 ‘예외 있는 원칙’을 만들어 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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