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시민들 시름까지 깨끗하게 쓸어담겠습니다’
  • 손석호기자
‘새해엔 시민들 시름까지 깨끗하게 쓸어담겠습니다’
  • 손석호기자
  • 승인 20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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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酉年 새해 기획시리즈… 새벽을 여는 사람들
2. 포항 환경관리원들의 새벽 청소
▲ 2일 포항 죽도시장 인근 거리에서 환경관리원 윤민재 씨가 힘찬 빗자루질로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뉴스1

[경북도민일보 = 손석호기자]  “새해에는 시민들의 온갖 시름까지도 깨끗하게 쓸어담겠습니다.”.
 1월 2일 오전 5시30분 포항 덕수동 환경관리원 복지회관.
 아직 동이 트기 전 칠흙같은 새벽 어둠 속에 포항의 구석구석을 대청소하는 300여 명의 환경관리원들이 정유년 첫 업무를 힘차게 시작했다.
 이곳 구내식당에서 떡국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 출근 도장을 ‘꽝’ 하니 찍고 나서 각자 맡은 청소 구역을 찾아 빗자루 질을 시작했다.
 거리 곳곳의 전단지, 담배꽁초, 빈 술병, 각종 음식물쓰레기와 토사물까지.
 도로 구석구석을 쉼없이 오가며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하얀 입김 속에서 거친 숨소리는 커져만 갔고, 작업복은 땀에 젖는다.
 어둠 속 안전을 위해 ‘야광 조끼’를 입고 열정적으로 청소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반딧불이’처럼 새벽 도시를 밝게 빛내고 있었다.
 그들의 빗질 속에서 포항이 잠을 깨고 포항의 아침이 눈뜨고 있었다.

 ‘길’은 환경관리원들에겐 ‘삶의 터전’이자 ‘희망’인 것 같았다.
 길거리 청소를 통해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 있고, 말끔하게 치운 길 위로 시민들이 활짝 웃으면서 출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죽도시장 인근 거리 청소를 담당하는 윤민재(39)씨.
 실업 축구선수였던 그는 무릎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둔 후 과일중매인, 고기집 서빙, 고물상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일을 하면서 인생의 부침을 겪었다. 이후 이를 악물고 체력준비를 한 끝에 지난 2013년 환경관리원에 합격한 후 5년째 성실히 청소를 하고 있다.
 윤 씨는 “청소를 한 후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쓰레기가 말끔히 치워졌을 때와 ‘수고하신다’, ‘고맙다’는 시민들의 감사 인사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경북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의 거리 청소를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씨뿐만 아니라 환경관리원들은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포항의 거리 환경을 책임 진다는 자부심을 가슴 속에 안고 있었다. 이들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호미곶 해맞이 축전, 영일대 국제 불빛축제 등 각종 축제때에도 많은 쓰레기를 치우며 축제기간 동안 포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청결한 도시이미지를 제공하는 관광 홍보대사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직도 남아 있는 그릇된 시민들의 시선이라고 했다.
 직업을 폄하하는 눈길과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로 당신들이 먹고 산다’며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몰지각한 행태가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
 윤민재 씨는 “모든 시민들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 듯 우리 환경관리원들도 오늘보다 더 깨끗한 내일의 포항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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