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3 62만명을 대선판에 밀어넣겠다고?
  • 한동윤
高3 62만명을 대선판에 밀어넣겠다고?
  • 한동윤
  • 승인 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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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비박’ 개혁보수신당의 첫 작품이 나왔다. ‘선거연령 만 19세에서 18세로 인하’다. 그것도 올 대통령선거부터 적용하자는 것이다. 개혁보수신당이 ‘보수’보다 ‘개혁’색깔부터 내기 시작한 인상이다.
정병국 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은 4일 “선거 연령은 18세로 하기로 했다”면서 “가능하면 대선부터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최근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힌 상태다. ‘선거연령 18세 인하’는 야권의 단골 메뉴다. 선거연령을 낮추면 야당 지지세가 늘어난다는 판단에 따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개혁보수신당이 ‘18세 인하’를 들고 나오자 반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신당은 하루 만에 ‘18세 인하’를 ‘없던 일’로 해버렸다. 정병국 위원장의 일방 발표에 소속의원들이 “토론 한 번 거치지 않고 이렇게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합의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보수신당이 ‘개혁’ 흉내를 내려다 헛발질한 꼴이다.
올해 18세가 된 인구는 62만107명(전체 유권자의 1.2%)이다. 대부분 고3이지만 18세인 고2 학생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공부’가 전부이어야 할 고교 상급반 교실은 ‘선거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학생들이 특정 후보를 놓고 찬반으로 갈리면, 나라를 말아먹는 ‘진영논리’가 학교에서부터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학생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교육현장은 이미 전교조와 비 전교조로 쪼개졌다. 여기에 ‘정치’가 끼어들면 정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얼치기 ‘정치전문가’ 행세를 할 수도 있다. 그 중 일부는 정당과 정치인의 선전대나 선거운동원으로 이용당할 가능성마저 있다.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다.
10년 전 광우병 소동 당시 어린 학생들이 “우린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어린 학생들의 머리를 공습한 엉터리 정보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광우병은커녕 그 비슷한 증상의 환자 하나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학생들이 잘못된 생각을 고쳤다는 소식은 없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도 마찬가지다. 서울 광화문·청와대 집회에는 어린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 중 일부는 친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이 부추긴 영향을 받았다. 한 학생은 “탄핵 찬성” 뿐만 아니라 “탄핵 반대”에도 참여했다. 그 학생은 지난달 31일 서울 덕수궁 앞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전교조스러운 교육을 받다 보니 악역은 박근혜라고 생각했는데, 살펴보니 박근혜는 무죄이고 좌파에서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반대진영으로부터 온 가족의 신상이 털리고 사이버 테러를 당하고 있다. 이런 판에 ‘18세 선거’가 실시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걱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물론 OECD 국가 대부분이 선거 연령을 18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19세’로 정한 나라도 적지 않다. ‘19세’와 ‘18세’는 1년 차이다. ‘18세’로 낮추면 국민 참정권이 존중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숫자 논리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18세’는 대입 준비에 몰입하는 연령이다. 입시준비생 본인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입시’에 매달린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18세’인 우리 자식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오염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새누리당에서 떨어져나간 보수신당이 첫 작품으로 ‘18세 인하’를 치고 나온 것은 일종의 ‘개혁 조급증’에 해당된다. 새누리당과 차별화해야 하는 데 그러다 보니 ‘18세’가 딱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그 ‘개혁 코스프레’가 당의 체면을 구겼다. 보수신당이 ‘개혁’을 내세워 새누리당과 차별화도 해야겠고, ‘보수’표를 잃고 싶지도 않다는 ‘두 마리 토끼 쫓기 식’ 속내가 사고를 친 격이다. 제발 청소년과 학교만은 손대지 말기 바란다. 선거연령 인하는 ‘개혁’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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