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달라진 가격표 때문이다. 최근 달걀값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예년보다 50%가량 올랐다.
작년 말 라면, 맥주 가격 인상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버스, 하수도, 쓰레기봉투 등 공공재 요금을 앞다퉈 인상하고 있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매달 갚아야 할 이자 부담도 늘었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시민들의 한탄이 나올만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든 터라 물가 상승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제조업체의 공개적인 가격 인상 외에도 마케팅·유통 등의 요인으로 소리소문없이 가격이 오른 품목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가 주요 유통·제조업체들과 소비자원의 ‘참가격’ 비교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이런 추세가 뚜렷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브랜드의 소면, 시리얼, 김, 식용유, 빙과류, 세제, 건전지 등은 최근 6개월새 두 자릿수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국정이 혼란한 틈을 타 가격 인상 도미노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1%대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보고 물가 당국이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대외 여건도 향후 물가 흐름에 우호적이지 않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추세이고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구리, 철강 등 일부 원자재 가격도 최근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수입 물가와 비례하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향후 물가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미 작년 말 1200원 선을 넘어섰다. 게다가 일부 투자은행(IB)은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물가 당국의 선제 대응이 요구된다. 장기간 저물가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고물가가 닥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농산물 계약 재배, 비축물량 공급 등 물가 충격을 완화할 만한 정책 수단들은 남아 있다.
특히 주요 물품들에 대해서는 수급 상황을 정밀히 모니터링해 상승 조짐이 보이면 미리 대응해야 한다. 당장의 물가 상승 압력도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 분산 등 세심한 정책 운용으로 낮출 여지가 있다.
국정혼란을 틈타 업체들이 짬짜미 등 부당한 방법으로 가격을 올린 사례가 있다면 엄중히 제재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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