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년여 만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침울한 경제 상황에서 오랜만에 들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전자가 6일 공시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잠정실적)은 9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6조1400억원)보다 49.84%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3년 3분기의 10조1600억원 이후 13개 분기 만의 최대 이익이다.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1조원이나 초과한 것이기도 하다, 근래 보기 드문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의 좋은 실적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도 29조22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64% 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2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의 충격을 딛고 ‘V자 반등’에 성공했다는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8조원대에 달했으나 3분기에는 갤럭시노트7 리콜의 여파로 5조원대까지 추락했다.
4분기의 실적 개선은 반도체가 주도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최대 5조원으로, 2015년 3분기의 역대 최대 분기 실적(3조6600억원)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가 늘고 반도체 단가가 급상승한데다 18나노 D램과 48단 V낸드플래시의 양산으로 국내외 경쟁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한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이처럼 좋은 실적은 한국 경제에도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선,해운 등 주요 산업이 하나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IT 부문은 경쟁력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최근 수준 잔량에서 17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등 다른 IT 업체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라고 해서 일시적 실적 개선에 안주할 수는 없다. 중국 등 외국경쟁사들의 추격,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경쟁 등 한시도 눈을 돌릴 수 없는 도전과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와 학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높이 비상하면 할수록 그 그늘도 커지는 양극화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리 경제가 삼성 등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체감경기와 경기지표가 괴리하는 착시현상이 나타난 지 오래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에는, 이런 대기업 쏠림현상이 한국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를 선두에서 견인하는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개선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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