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둘째를 가진 아내와 은해사 계곡에 갔다
비가 내린 뒤여서 퀄퀄 넘치는 물소리
내 가슴속까지 길을 놓고 쏘다녔다
첫째의 자연관찰을 겸하여 물살을 갈랐다
비닐봉지 속에 빵 부스러기 조금 넣어
잠시 물속에 넣어두었더니
오호 어리석은 녀석들, 눈 어두운 놈들이
봉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물 바깥의 이치를 모르는 물고기에게
생각 끝에 한 놈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수돗물을 하루 전에 받아두었다가
물 바깥의 이치를 가라앉힌 다음 갈아주었다
구름이 흘러가고 새들이 날아가고
물같이 흘러가지 못하는 나의 안으로
물고기는 수많은 날 동안 물길을 열었다
물 바깥에는 이치에 닿지 않는 이치가 범람하지만
아내는 눈 어둔 물고기를 품에 품고
늦가을 눈 맑은 물고기 같은 딸을 낳았다
물고기가 내 안에서 바다를 데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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