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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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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종

옛날 어떤 도사가
서른도 더 넘은 진짜 노총각에게
길가에 노는 다섯 살도 덜된 여아를
천정 배필이라 하더란다.
홧김에 머슴사는 노총각은 풀베던 낫으로
여아의 얼굴을 찍었겄다.
그러구러 한 십년 세월이 좋이 흘러
노총각도 어떤 색시에게 장갈갔는데
첫날밤 신부의 얼굴의 흉터를 물어봤더니

어떤 시러베 총각놈이 무단히 낫으로 찍고 달아났다고 했다.
노총각은 도사의 영검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자기의 성급한 낫질을 후회했단다.
돌이 없는 영강에서 돌을 줍는다.
못 쓸 돌이라고 얼마 전 동댕이 쳤던 돌을
이젠 더 할 수 없는 명석으로 알고 다시 줍는다.
주었다 버릴 때 힘껏 동댕이쳐
금이 간 돌을 정성껏 챙긴다.
이젠 다시 안 버리리라 다짐을 하며
지난날 내동댕이 친 걸 후회하며
버렸던 돌을 다시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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