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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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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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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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률/편집부국장
 
    의료사고(醫療事故). 말만 들어도 왠지 중압감이 느껴지는 용어다.
 우리나라도 의료분쟁 건수가 최소 하루 3-4건씩 발생되는 등 갈수록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는 의료사고로 고통을 겪는 환자나 가족, 의사들의 수가 그 만큼 많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의료분쟁을 통제하거나 지원해줄 이렇다 할 제도가 마련되기는커녕 정확한 의료사고 통계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 1989년 의료사고 분쟁 조정을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이 의사들에 의해 처음 제안된 후 18년 동안 6차례나 발의됐지만 관련법 안은 현재까지도 표류 중이다.
 다만 현행 의료법 제 54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아래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와 `시·도의료심사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조정을 돕도록 하고 있다.
 의료소송에 따른 막대한 시간과 경비를 피하고저 설립됐지만 법적 강제권이 없어 유명무실한 기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료사고는 현장이나 목격자 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다른 형사사고와는 달리 의학적 전문 지식에 의존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렇다 보니 환자나 가족들은 스스로 의료사고를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의 테두리를 넘기 어렵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송을 진행하는 법관들도 사고 입증을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 들에게 감정을 의뢰하게 되는데 의사들로서도 동료들의 일이만큼 감정에 응하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반 소송은 보통 6개월가량 소요되지만, 의료사고 소송은 2년을 넘기는 것이 기본이고 항소까지 하면 5-6년씩 소요된다고 한다.
 환자나 가족들은 그만큼 소송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며, 치료목적이 아닌 소송을 목적으로 병원 문턱을 넘어보기란 쉽지 않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소송은 정신적 고통이 수반되며 의사의 과실이 인정돼 보상결정이 내려지면 소규모 의원들은 보상 합의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데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의료사고 입증’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견은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3가지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경실련과 의료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가 2005년 말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을 입법청원했다.
 일주일 뒤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의료사고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해 5월에는 의사출신인 한나라당 안명옥의원이 `보건의료분쟁조정에 관한법률안’을 입법 발의했다.
 이들 법률안 중 자동차보험이나 종합보험처럼 의료진도 의료사고발생에 대비하여 병원개설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보험운용’과 관련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핵심인 `의료사고 입증’주체와 `정부가 지출할 무과실 보험범위’를 놓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
 `입증주체’와 관련 `환자가 의료지식이 없는 만큼 의사가 본인의 무과실을 입증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대로 `환자가 의료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들 법률안 역시 이해득실(利害得失) 논리에 밀려 현재까지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태로 남은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의사들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정부 기관이 조사에 나서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보상이 결정되면 정부가 환자 측에 먼저 보상해준 뒤 의사를 통해 환수 받는다.
 우리도 이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의료사고는 환자와 가족, 의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아픔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의료사고에 있어 의사나 환자 모두 빨리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의료사고 발생 시 과실여부를 신속·정확하게 밝혀줄 수 있는 법적 장치 도입이다.
 그 선봉(先鋒)은 이제 우리의 정부가 있어야 할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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