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대구에서 함평까지는 먼 길이다
아니다, 출발만 하면 금방이다
나비축제 가보기로 해놓고
3년 만에 드디어 출발이다
88고속도로는 88년부터 확장 중이다
어린 두 아이와 넷이서
중간말 잇기도 하고 글자 키우기 게임도 하고
옥수수 수수밭 수제비 제주도 주왕산
장미 수선화 코스모스 하늘원추리 흰노랑민들레
그러다가 지치면 아이스크림 한입 베어 먹고

몇 개의 단어를 풀어 문장 만들기 게임도 하고
잠자는 토끼풀 깨워 아이들 시계 만들어주다가
잠시 덜컹거리는 도화 아래 잠들다 일어나
 자아, 각자 자유롭게 짧은 시 한 편 짓기다
 그러면 어느새 함평의 나비들이 꽃 마중 나온다
 목포도 얼마 안 남았다고 이정표가 웃는다
 아니 우리가 먼저 나비가 된다 아기잠나비
 함평을 쏘다니다가 꽃길을 연다

 자아 들어간다,
 물빵잠나비, 빠방, 빠바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