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오돈수(頓悟頓修)로 늙는다
  • 경북도민일보
나는 돈오돈수(頓悟頓修)로 늙는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7.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인식 

이를테면, 나는 돈오돈수로 늙는다

불어오는 바람에 천천히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년에 한 두번, 그것도
꽃이 필 때와 질 때의 불과 며칠사이
나는 일년치를 한꺼번에 늙는다

피와 살이 강물처럼 빠져나가고
어디론가 뒤따라간 마음 또한 돌아오지 않는
들불이 지나간듯 허허로운 가슴기슭에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발이 날리며

한순간 사계절이 일순할 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미워하는 일도
하늘 날아 오를듯 날개짓 하는 열망들과
물속으로 가라앉는 돌같은 체념들도
다 이맘때 일어나는 일

뜨겁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불과 며칠사이 나는 늙는다
선명한 나이테 무늬를 그리며
단박에 늙는다

이를테면, 나는 돈오돈수로 늙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