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 경북도민일보
그림자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7.0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예현 (주)원덕 대표

[경북도민일보] 한국인인가. 외국인인가.
외국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한국국적을 가진 아이들, 한국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외국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오늘 다뤄질 내용은 외국 외모를 가졌으나 한국국적도 외국국적도 가지지못한 미등록 청소년(불법체류자)의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며칠전 SNS를 통해 읽은 페버군의 이야기를 짧게 하고자 한다. 페버군은 1999년 합법비자로 한국에 온 나이지리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꾸준히 부모는 귀화 신청을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고, 10년 전 비자까지 연장되지 않아 아버지는 강제출국 됐으며 엄마와 배 속에 아이까지 5명이나 되는 남매는 미등록인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되었다. 돌아갈 엄두가 나지않은 엄마는 아이들을 키워야 했기에 끊임없는 호소 끝에 일시적인 체류허가를 받았고 오남매는 성인이 되기 전인 고등교육까지 국내 체류를 허락받았다.
어려운 살림을 알고 있는 페버군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부하고 일했으나 고등교육이 끝난 뒤라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잡혀 언제 출국 당할지도 모른채 보호소에 갇혀있다.
우리나라에는 미등록 된 아동이 1-2만명으로 추정을 하고만 있을뿐 정확한 수를 알지못한다.
페버군의 경우와 같이 태어날 당시엔 합법이였으나 부모의 비자 만료로인해 당연스레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숨어서 지내고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조차도 받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많다. 이 미등록 아이들은 A, B, C는 몰라도 Immigration(이미그레이션, 출입국관리사무소)은 안다. 그리고 “이미그레이션”이라고 소리가 나면 도망가고 숨어야 한다는걸 고양이가 배변활동을 본능적으로 하듯 이 아이들에겐 본능이고 살기위한 방법이다.

영국에서는 양부모가 외국인이라도 아동이 만 10~18세 이하이고 태어난 후 10년간 영국에 거주했다면 부모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자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합법이며 지속적으로 이탈리아에 거주했다면 국적을 준다.
미등록 아동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한국이 본인의 국가이지 가보지도 못한 부모의 나라가 본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와 언어, 습관까지도 토종한국인인 이 아이들을 추방하는 것만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그림자 아이들’, ‘있어도 없는 아이들’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저절로 만들어지는 그림자는 없다. 그 그림자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걸 알아야한다.
나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건 그건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림자는 숨어있는 존재가 아닌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합법과 더불어 불법체류자가 많은 한국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안고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불법이 된 외국인이 없듯 불법이 되고자 원하는 사람도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른들의 선택으로 자신의 목소리조차도 못내고 숨어있는 미등록 아동들이 아닐까한다.
우리는 존재를 부정하지 말아야한다.
짧아도 길어도 휘어지고 왜곡이 되어도 비춰지는 그림자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