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폭발물 사건과 강의평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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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폭발물 사건과 강의평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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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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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경북도민일보]  지난 6월 13일 연세대학교 공대의 모 교수 연구실 앞에 놓여 있던 쇼핑백을 열자 사제폭탄이 폭발하여 그 교수가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였다. 취직한 대학원생이 학점을 달라고 하자 교수는 이를 거절하면서 시험을 보라고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교수의 입장에서 원칙을 지켜야 할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이공계의 대학생뿐 아니라, 문과계열 심지어 중고생들도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각종 폭발물을 제조하는 기법을 따라 폭발물을 만들고 이를 테러에 사용한다. 위험한 정보가 쉽게 공개되는 사회에서 테러에 대한 가능성이 너무나 쉽게 공개되어 있다. 중국 상해에는 지하철을 탈 때에도 비행기 탑승 시에 소지품을 검색하는 것과 비슷한 검색과정을 거친다. 택배, 퀵서비스 배달도 모두 검색대를 거치고, 지하철을 탈 때에도 검색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폭발물 테러를 당한 연세대학교 공대의 모 교수가 어떠한 사람인지 필자는 전혀 모르고, 테러를 가한 소속 대학원생이 어떠한 학생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필자도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인지라 착잡한 마음이 든다.
 친구 중에 자동차 영업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닌다. 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자동차를 팔기에 가장 피곤하고, 따지고 들고, 짜증나게 하는 직업군이 공무원, 은행원, 교수 내지 교사라고 한다. 필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몹시 당황했다. 필자는 은행원, 공무원, 교수의 순서로 세 가지 직업을 모두 가졌었다. 이 세 가지 직업을 다 거친 나는 피곤함, 짜증 유발의 세제곱인 사람인데, 나는 예외일 것이라고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어 본다.  

 요즘 교수들이라면 제 아무리 강심장이라 할지라도 강의평가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교수평가는 또 다른 무시무시한 폭탄이다. 학생들의 강의평가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강의평가라는 폭탄이 쏟아내는 파편은 사방으로 튄다. 대학 내 구조조정으로 개설강좌가 많지 않은 이 시기에,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먼저 수강하고 마치 게시판 후기처럼 기록한 강의평가 결과와 주관식 서술을 검색해서 읽고 수강신청을 하는데 판단자료로 활용한다. 각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연속으로 일정기준의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특별교육을 받으러 가야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어떤 학교는 금융기관의 고객만족, 서비스응대 교육을 보낸다는 말도 들린다. 학생이 오지 않으면 시수가 줄고 시수가 줄면 월급이 줄고 자리가 사라진다.
 세상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재화와 용역이 공급자 주도의 시장에서 소비자 주도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전자제품을 수리하고 나면 반드시 본사 고객상담실에서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전화가 온다. 은행에 금융상품을 하나 가입해도 반드시 고객만족팀에서 전화가 온다.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서비스직원은 더욱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더 연구하고 말 한마디도 더 친절하게 한다. 학생도 고객으로 보는 시대의 마인드이니 강의평가 제도가 생겨난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필자의 대학시절, 지금과 같이 기말고사 기간이면, 어떤 교수는 빈손으로 강의실에 들어와 딱 두 문제. ‘무엇, 무엇에 대하여 논하라.’ 라고 칠판에 쓰고는 교탁에 가부좌로 또아리를 튼다. 학생들은 열심히 종이에 쓴다. 시험 점수는 주는 데로 받고 성적확인기간이니 그런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혹 있다 하더라고 가서 답안지를 보자고 할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공식적으로 성적확인기간이 있다. 학생들은 문자로, 카톡으로, 이메일로, 전화로, 또는 연구실에 직접 찾아온다. 학생이 고객인 셈이다. 고객은 왕이다. 영어로는 고객이 왕이 아니라 “고객은 항상 옳다(The customer is always right).”라고 한다.
 필자는 교육을 용역을 제공하는 교수와 이를 소비하는 학생의 관계만으로는 보지 않는다. 교수는 학생보고 무조건 옳다고 해서는 안 된다. 교육만큼은 한국사회에서 적어도 시장의 상품과는 무언가가 달라야 하고, 다를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교수가 갑이고 학생이 을이라는 식의 논리는 반대한다. 과거 제조업이 융성하고, 힘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융, 복합 소프트 파워의 시대로 바뀌었다. 이 세상에는 갑, 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갑, 을, 병, 정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스개 소리로 이 세상에 을만 되어도 살만하다고 한다. 갑의 갑은 정이 되는 시대가 소프트 파워의 시대이다. 누구가 이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민주주의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 갑, 을, 병, 정의 조화와 변화, 순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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