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의 성지’ 시카고서 도시가 주는 자신감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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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축의 성지’ 시카고서 도시가 주는 자신감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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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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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현 (주)원덕 대표-시선·생각·감정으로 그리는 시카고 여행(1)
▲ 밀레니엄공원 클라우드 게이트 앞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과 그것에 비친 시카고의 풍경.

[경북도민일보] 각자에게 버킷리스트가 있듯이 나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누구나 홀로 떠나는 여행을 그리듯 나 역시 혼자 떠나보는 여행은 어떤 느낌일까하고 그리기만 했을 뿐 선 듯 나서지 못했었다.
서른. 어느 상황, 사물, 단어에 의미부여하는 걸 즐기는 30대 입문자는 30대 포문을 홀로여행으로 호기롭게 잡아본다.
언어를 배웠던 베트남을, 공부했던 동남아를, 가까운 동북아를 고민하며 걷던 와중 받은 전단지. ‘전단지 지참 시 시카고피자 -2000원 할인.’
충동적이나 충동적이지 않았던 티켓팅. 그렇게 홀로여행이 시작되었다.
계획적인 여행을 즐기지 않는 나는 크게 먹고, 보고, 느끼자는 계획 하에 6가지를 계획한다.
5월 중순이면 한여름은 아닐지언정 초여름의 날씨정도는 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무지막지한 일교차에 당황했고 우중충한 날씨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에 절망스러웠으며 2년 만에 걸린 감기에 USA텃세를 실감한다.
여행 3일차가 되던 날, 방안으로 들어오는 햇빛 한 줄기에 먼저 달려 간 곳은 ‘밀레니엄 공원(Millennium Park)’.
이 공원은 전액 기부금으로 2006년 완공 되었고 도심 속에 건축이나 유명한 조각품들이 위치해 시키고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공원 안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형물들이 몇 개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인도 태생의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조각품으로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이다. 완두콩 모양을 띄고 있어 ‘더 빈(The Bean)’이란 별칭으로 더 익숙할 것이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가로 20m, 높이10m, 무게가 110t으로 2004년부터 2년 동안 만들어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야외설치 조형물이다.
가장 유명한 조형물인 걸 증명하듯 클라우드 게이트 앞에는 많은 시민들과 더불어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다들 손에는 카메라로 경쟁하듯 그 모습을 담기 바빠 보였다.
클라우드 게이트를 처음 보고 든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컸고 별칭만큼 익숙할 줄 알았으나 실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리고는 멍하니 ‘하늘이 2개야’하며 그 속에 반영되어 흘러가는 구름을, 사람들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냥 박혀있는 조형물일 뿐이나 그 조형물에 비춰진 세계는 또 다른 신선함을 주었고, 살아 움직이는 또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력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30대 입문자는 그 앞에서 “영화 ‘소스코드’가 허구 상상만으로 이뤄진 영화가 아닐지도 몰라”라고 읊조렸기 때문이다.

▲ 크라운 분수.

클라우드 게이트 외에 지나칠 수 없는 볼거리로는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이다.
이 분수는 스페인 출신의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의 설계에 시카고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합해져 제작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높이 15.2m에 달하는 LED타워 2개가 서로 마주보며 시카고 시민 1000명의 얼굴이 13분에 1번씩 바뀌는 독특한 구조물이다.
미국 중에서도 많은 다인종을 포용하고 있는 시카고는 LED타워에서 바뀌는 시민들의 얼굴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또한 근근이 얼굴사진 입에서 물이 나오면 날이 좋고 더운 여름날엔 그 앞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자동으로 옹기종기 모여 장난치는 관경을 볼 수 있는데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절로 나오게 한다.
그 앞에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물든 어른들과 그 순수함을 지켜주고자 하는 부모,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하며 그 순수한 웃음소리가 부러운 30대 입문자가 있었다.

시시각각 날씨가 변하는 시카고에서 오랜만에 햇빛을 본 30대 입문자는 밀레니엄 공원을 등지고 그랜트파크(Grant Park) 내에 있다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버킹엄분수(Buckingham Fountain)’로 걸음을 옮겼다.

▲ 버킹엄 분수.

버킹엄 분수는 1927년 케이트 버킹엄이 오빠 클래런스 버킹엄을 추도하기 위해 지름 85m, 75만달러의 비용으로 건설되어 도시에 기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분수는 에드워드 베넷(Edward H. Bennett)이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라톤의 분수(Bassin de Latone)를 토대로 디자인했으며, 프랑스 조각가인 마르셀 로와요(Marcel F. Loyau)가 제작한 4쌍의 해마 동상이 분수를 둘러싸고 있다.
이 4쌍의 해마는 미시간 상과 인접한 주(州)인 일리노이(Illinois)와 인디애나(Indiana), 미시간(Michigan), 위스콘신(Wisconsin)을 상징한다고 한다.
중앙 분출구 동력으로 물이 46m까지 쏘아 올리며 한 시간 간격으로 진행되는 20분간의 분수 쇼는 해질 무렵 컴퓨터로 움직임을 조절하는 조명이 더해져 가장 아름답다.
지름 85m인 분수를 처음 보는 30대 입문자는 4쌍의 해마도 궁금했고 얼마나 큰지를 가늠하기 위해 한 바퀴 걸어본다.
그러다 정각에 높게 쏘아지는 물 분수에 열광했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담아 볼까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다 버킹엄분수는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게 더 멋있구나 하는 결말은 온 몸에 물이 다 튀고서야 깨달았다.
시카고의 오전과 오후를 봤으면 밤도 봐야지 하며 찾아간 ‘존 핸콕 센터’.
사다리꼴 모양의 존 핸콕 센터는 높이 344m인 100층 건물로 두 개의 안테나까지 포함하면 높이가 무려 457m에 달한다.
이 건물은 1969년 존 핸콕 보험회사의 의뢰로 윌리스타워(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초고층 건물 중 남쪽은 윌리스타워, 북쪽은 존 핸콕 센터로 쌍벽을 이룬다)를 설계한 파즐라 칸(Fazlur Kahn)의 작품이다.

▲ 존핸콕타워에서 내려다본 시카고의 풍경.

일명 X-브레이싱(X-bracing)기법을 이용한 X자 모양의 철골이 인상적이며, 94층의 전망대까지는 39초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운행된다. 전망대에서는 시카고 시내뿐만 아니라 북동쪽으로 미시간호와 해안선이, 남서쪽으로는 다운타운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시카고에서 80마일(약 129㎞) 이상 떨어진 일리노이주변의 다른 3개의 주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해가 차츰 져갈수록 하나씩 불이 켜지는 도시는 하늘의 태양이 지면서 땅에 별을 선물하는 듯 했고, 위에서 본 시카고의 화려한 불빛은 지평선 끝을 연상케 했으며 그 광활함은 또 다른 감동이 되었다.
낮은 시카고는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밤의 시카고는 낭만적이었고, 눈을 어디에 둬도 그림이 되는 도시인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야경이 예쁘다기에 찾아 온 존 핸콕 타워는 야경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예쁜 곳이었다.
30대 입문자에게는 가장 높은 곳에 서있다는 벅찬 우월감을, 그 우월감에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그리고 39초 만에 94층에서 1층으로 내려주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겸손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좋으나 무지의 상태에서 알아가는 재미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내 시선에서, 내 생각에서, 내 감정에서 그려져 있는 그림이 아닌 그려나가는 그림이 아닐까한다.
스테인리스 쇠 덩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이라 믿고 그 세계에선 좀 더 나은 세상을 그리며 위안을 찾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저 사람 얼굴이 보이는 분수인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소속감을, 공동체임을, 한 국가의 시민임을 자각할 수 있다.
그리운 사람을 추도하기 위한 큰 분수는 하루의 스트레스와 고민거리를 쏟아내고 흘려버리고 해방감을 주는 자신의 아지트 또는 4쌍의 해마는 타 지역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높은 곳이 나쁜 생각에 모두 놓기 위한 장소로 정해지는가하면 누군가에겐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를 얻고,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다시 한 번 도약을 다지는 곳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어느 각도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 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30대 입문자는 어딜 봐도 그림이 되는 시선과 매 순간순간이 선물이라는 생각과 일교차가 아닌 시교차가 어울리는 시카고가 주는 맑은 날씨에 감동인 감정으로 오늘의 여행을 그려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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