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작품 앞에서 ‘나다운 삶’의 아름다움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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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작품 앞에서 ‘나다운 삶’의 아름다움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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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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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현 (주)원덕 대표-시선·생각·감정으로 그리는 시카고 여행(2)
▲ 우리나라 2.5배 크기의 미시간 호수는 도심과의 아름다운 조화를 자랑한다.

[경북도민일보] 시카고에는 바다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2.5배 만한 큰 호수가 있다고 한다.
구글맵을 키고 ‘네이비 피어(Navy Pier)’를 검색했다.
미국 건축가 다니엘 번햄이 1916년에 선박 운송과 오락시설을 위해 건설했다가 2차 세계대전 동안 군사 훈련 장소로 사용됐다.
그 외에 콘서트나 전시 공간으로도 사용됐으며 1995년부터 네이비 피어는 관광지로 탈바꿈되어 연간 8600만명이 찾는 미국 중서부의 최고 관광명소가 됐다.

▲ 네이비 피어 전경.

네이비 피어는 미시간 호숫가를 따라 약 1010m에 걸쳐 있으며 부지는 약 20만㎡이다.
이 내에는 공원, 산책로, 상점 등이 다양하며 특히 네이비 피어 빌딩 내에 시카고 어린이 박물관(Chicago Children’s Museum)과 아이맥스 영화관(IMAX Theatre) 등이 자리 잡고 있어 가족 단위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과 끝없이 펼쳐진 호수 그리고 행복가득한 가족들을 보다보니 아빠,엄마, 동생이 보고 싶어졌다. 핸드폰을 꺼내고 카카오톡에 들어가 가족 단체 카톡방에 ‘보고싶어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30대 입문자는 조용히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시카고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 지금 한국은 새벽이었어’하면서.

▲ 시카고 미술관 입구 모습.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미시간거리와 애덤스 거리 사이에 위치해 정면 입구 양쪽에 사자동상이 인상적인 시카고 미술관은 1866년에 시카고의 소규모 미술가 그룹에 의해 설립됐다.
소장 된 작품들은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드로잉, 사진, 장식미술, 동양미술, 원시미술품 등 다양한 분야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특히 19-20세기의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화가들과 미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시대별, 장르별로 나눠 전시돼 있어 감상하기 좋았다.
시카고 미술관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에 비해 봐야 할 것들이 줄어들지 않았던 곳이라 정의 내리고 싶다.
수많은 작품들을 세세히 볼 시간이 없었던 30대 입문자는 보고 싶었던 작품을 보물찾기하듯 날아다녔다.
사람을 직선 몇 개로 완성시키는 30대 입문자는 그림을 볼 줄도 그릴 줄도 모르지만 시카고 미술관이라 검색하면 수많은 블로그들 속에서 터줏대감처럼 소개되는 그림 몇 개를 실제로 보고 싶었다.
넓은 이 곳에서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 길치와 방향치를 모두 갖춘 삼심대 입문자는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의 뒤를 열심히 쫓았다.
갑자기 웅성웅성되는 소리가 커지자 ‘아, 저기 뭔가가 있구나’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조르주 피에르 쇠라(Georges-Pierre Seurat, 1859-1891).
짧은 생애 동안 많지 않은 작품을 남겼지만 쇠라는 파리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도자 역할을 했고 신인상주의를 발전시켰으며 색채의 적용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을 발전시킴으로써 과학을 회화에 적용하여 근대의 일상을 고전적인 구조와 질서 속에 담아낸, 대체할 수 없이 독특한 스타일의 걸작을 남겼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는 아스니에르 맞은 편에 가까운 센강 안의 길다란 섬 그랑드 자트에 여름 소풍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생각 이상으로 큰 대작(207×308㎝)이였고 가까이서 보면 신기한 그림이었다.
이 작품은 2년에 걸쳐 만들어 졌으며 점묘법을 이용해 완성됐다.
이 작품은 점묘주의의 출현을 알린 대표작 중 하나였으며 점묘주의는 화가의 눈을 카메라의 렌즈와 동일시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쇠라는 이런 이념을 실천으로 옮겼다.
이 그림은 당시 19세기를 주도한 과학적인 시각 이론과 색채 이론에 근거하고 있으며 다양한 색채와 빛, 그리고 형태들을 점묘 화법을 통해 꼼꼼하게 표현됐다.

▲ 구스타프 카유보트 ‘비오는 날의 파리 거리’.

구스타프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8-1894).
프랑스출신의 인상파화가로 고전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파리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즐겼으며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다르게 남성이 작품의 주제로 부상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구스타프 카유보트의 작품은 치밀한 화면 구성과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균형, 독특한 구도, 대답한 원근법의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많으나 익숙한 작품으로는 ‘비오는 날의 파리 거리(Paris Street ; Rainy Day)’였으며 3시간 뒤 ‘비오는 날의 시카고 거리’를 경험할 것도 모른 채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림을 감상했다.

미술에 ‘ㅁ’자도 모르는 30대 입문자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화가가 있다.

▲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37살의 나이로 사라져 버린 비운의 천재화가라 불리는 반고흐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반고흐는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한 작가로 유명한데 작업 활동을 하면서 단 1점의 작품만이 판매됐다고 한다.
1890년대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 까지 극심한 가난에 살았다.
반고흐의 작품을 보면 초기에 어두운 색감으로 삶의 고난과 고독한 삶을 표현하지만 파리에서 분 인상주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색채의 화풍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아르의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반고흐는 결국 권총으로 자살을 함으로써 격정적인 삶을 마감한다.
반고흐의 자화상 앞에선 30대입문자는 생각한다.
삶이 마감 된 후에 이렇게 천재화가라는 타이틀을 달 것이라 예상은 했을까. 자신의 이름이 걸린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올 것이란 걸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37살이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시켰고 깰 수 없는 잠에 들어버렸다.
‘자살’을 거꾸로하면 ‘살자’라고 했던가. 살아가자. 포기하는 그 마음 바로 뒤에 그려왔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희망이 분명 있을 것이다.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살려했으나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살아가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갖지 못한 기회를 가진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라는 것이다.
5시면 문을 닫는다는 직원의 말에 다른 작품을 찾다 문득 발길이 멈춘 한 그림이 있었다. 3명의 친구가 모여 웃고 얘기하는 사진이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미소가 예쁜 외국인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림을 보는 네가 생각이 많아 보인다”고 말을 걸어왔다.
“보고 싶은 친구가 생각이 났다. 고마워요”라고 했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눠주려는 듯 몇 마디 더 주고받고는 조심스레 나이를 묻기에 서른 살이 됐다고 말했다.
서른은 애매한 나이였던가.
누군가에겐 ‘나이 많다’하는 눈빛을 받고, 누군가에겐 ‘아이고, 애기네 애기야. 좋을 때다!’하는 말을 듣는다.
난 어느 쪽 기로에 서있나 했지만 내가 한 살을 먹든, 두 살을 더 먹어 마흔이 되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도 누군가에겐 아직 애기 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나이 많은 아줌마, 할머니가 될 것이다.
이처럼 기준은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누가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기준이다. 여행 역시 내가 얼마나 길게 다녀오느냐가 아닌 무엇을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1일이 10일이 되고 10일이 1일 같은 여행이 될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값지게 살아라’라는 출처 모를 대대손손 내려온 이 명언처럼 하루를, 하루가 안 된다면 단 몇 시간만의 여행으로 스스로에게 단비가 되기를 따뜻한 햇살이 되기를 희망한다.
삭막하다 생각한 내 사무실이 수많은 경쟁자들의 시선을 막아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고된 현장이 내일도 모레도 자신의 자리와 영역이 있다는 든든함을 주길 바라며, 취업이 되길 희망하는 사람들에겐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꼭 떠나지 않아도 떠나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이처럼 마음의 기준을 조금 조정해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에겐 말도 안 되는 소리일지언정 누군가에겐 생각의 전환점이 되길 희망하며, 앉아서, 서서, 그냥 신문을 넘기다가 읽는 이들에게 이 글이 잠시만의 여행이 되었길 희망하며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늘 하루도 좋은 여행이 되시길 정중히 희망하는 30대 입문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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