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불규칙함 속 규칙이 아름다운 미식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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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불규칙함 속 규칙이 아름다운 미식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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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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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현 (주)원덕 대표-이웃나라 베트남 이야기<1>
▲ (사진 위부터)관광객들과 상인들로 활기가 넘치는 하노이 야시장, 하노이 도심지 풍경과 하노이 호텔에서 본 하노이의 야경.

[경북도민일보] 국문과와 문창과를 생각하며 전국 백일장을 돌아다니던 여고생은 유달리 수학과목을 좋아했다. 수학과목을 좋아한 것인지 어려운 수학공식을 유머러스하게 예를 들어주며 설명해주신 선생님을 좋아한 건지는 12년이 지난 오늘날 기억나지 않는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3개월도 안 남겨 둔 시점에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은 자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학 시간을 접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졸려하는 5교시. 하나 둘 상모돌리기를 시작하는 여고생들의 목을 지켜주기 위해 선생님은 방학 때 잠시 다녀온 베트남 여행기를 들려줬고 수학을 좋아했는지 수학선생님을 좋아했는지 모를 18살 여고생은 선생님 말씀에 상모돌리기를 잠시 멈춘다.
1년 반 뒤 2007년 3월, 글쟁이가 될 것이라 확신했던 18살 여고생은 베트남어과 학생이 됐다.
베트남어를 시작하고 멈추기도 하며 잡았다 놓았다하기를 10년. 20대 처음으로 접한 외국어는 외계어로 들렸고, 30대가 돼 현지를 찾은 30대입문자는 여전히 외계어로 들리나 마음만은 편한 베트남을 찾았다.
한국과 베트남. 우리나라 역시 긴 역사를 자랑하는가하면 베트남 역시 긴 역사가 존재한다. 베트남의 기원은 전설 속에 가려져 있으며 고고학적 발견에 의하면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은 약 50~30만 년 전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기원전 7000년 전에 농사를 시작했고 오늘날 베트남인의 조상들은 기원전 4세기경에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전설 속의 베트남 건국신화에 의하면 베트남의 시조는 산의 신 어우꺼(Au Co)와 바다의 신 락롱꾸언(Lac Long Quan)이다. 이 두 신은 백 명의 아들을 낳았고 이중 50명의 자식은 산의 신 어우꺼를 따라 산으로 가 최초의 국가인 반랑(Van Lang)을 건국했다. 여기서 바다의 신인 락롱꾸언은 해양세력을, 산의 신 어우꺼는 중국의 대륙세력을 상징하고 있다. 베트남 문화는 양대세력으로 해양세력(남방문화)와 대륙세력(중국문화)가 결합해 꽃을 피운 문화라 볼 수 있다.
긴 S자의 모양을 띄고 있는 베트남의 면적은 33만1210㎢로 한반도보다 1.5배가 크다. 북쪽은 수도인 하노이가, 남쪽은 호치민이 위치해 있으며 이 중 이번 여행지는 북부지역에 위치한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로 떠나봤다.
베트남을 여행했던 사람이라면 공감을, 베트남을 여행 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뒀음 하는 것이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오토바이다. 엄청 많다. 정말 많다. 특히나 출·퇴근하는 시간에 길거리를 걸을 예정이라면 격하게 말리고 싶다. 잠시 베트남을 망각하고 있던 30대입문자는 여기가 인도인지 도로인지 분간을 못했고 기억을 꺼내놓지 못한 뇌가 원망스러웠다.
에이 그렇게 많을까 싶지만 출·퇴근 시간에 베트남 도로위에 있어 봤던 30대입문자는 아침 7시, 저녁 6시30분의 서울 지하철, 일명 지옥철을 베트남에서 겪어보는구나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날씨. 베트남의 날씨는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우기는 5월~11월, 건기는 12월~4월이다. 우기라 하면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으나 종종 ‘이러다 하늘 뚫리겠는데?’란 생각이 5분도 안가는 스콜현상도 볼 수 있다.
30대 입문자는 ‘스콜현상이겠지’하며 ‘잠시 뒤엔 비가 그칠 거야’ 했으나 밤새도록 천둥번개가 동반하는 폭우를 며칠간 함께했다.

30대입문자가 베트남을 처음 방문했던 때는 20살 여름방학이었다. 처음가는 해외이기도 했고 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곳이니 오기 전 사전조사를 하는데 가장 관심이 많았던 것은 향신료였다. ‘삼시세끼’라는 말을 격하게 공감하는 30대입문자는 밥도 밥이지만 입에 맞지 않음 살이 쑥쑥 빠질꺼고 입에 잘 맞는다면 답이 없을꺼란 주변 사람들 말에 처음으로 매일 밤 ‘살이 쑥쑥 빠졌으면 좋겠어요’하고 기도를 했다. 기도 중 밥의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걸까 베트남 도착하자마자 두 그릇 비우기 신공을 보였던 나다. 베트남은 음식들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맛도 좋아 식도락 여행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번 여행은 식도락 여행이라 거창하게 말할 순 없으나 최근 들어 베트남 음식이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몇 가지 음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번 베트남을 다녀왔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던 음식들이 있다.
쌀국수, 분짜 등…. 베트남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음식은 쌀국수이다. 현지에서는 쌀국수를 ‘퍼’라고 읽는다.

▲ 쌀국수.

베트남 쌀국수의 기원이나 언제 개발 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설은 존재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 때 베트남 전통 식재료인 쌀국수와 프랑스식 육수가 결합 된 음식이라는 설과 베트남 하노이 남딘지방에서 처음 먹기 시작한 현지 전통 음식이 프랑스 식민 시대를 거쳐 널리 먹게 됐다는 설.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스테이크를 먹고 남은 소고기 부위를 이용해 베트남 현지인들이 만든 음식이라는 설. 중국 관둥 지방의 국수가 전해졌다는 이야기까지 많은 설들이 내려져 오고 있으나 가장 널리 통용되는 설은 프랑스 음식과 결합 된 음식이라는 설과 베트남 남딘지방의 현지 음식으로 내려온다는 설이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쌀국수 퍼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지방에서 시작돼 1946년 발발한 30년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북쪽 주민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게 돼 남부지방까지 확산 됐다. 남부의 다양한 식재료와 소스가 더해졌고 이후 역으로 베트남 전역에 확대됐다.
‘퍼’는 쌀로 만든 국수를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고 푹 고아낸 따뜻한 육수에 넣고 고기 고명, 라임즙, 고수, 느억맘 등을 기호에 따라 첨가해 먹는 베트남의 쌀국수 요리이다. 더운 오후에는 뜨거운 국물 요리를 잘 먹지 않는다고해서 주로 아침 식사대용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먹는다. 그러나 하루 종일 노점에서 식사나 간식으로도 판매하는 곳도 많다.
쌀국수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베트남 음식으로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음식이다. 30대입문자는 1일 1쌀국수를 다짐했으나 먹을 것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2일 1쌀국수를 행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습관이 된 2일 1쌀국수를 위해 동네 베트남전문음식점에 들렸다가 ‘음 역시 현지보다 못하군’한 바보 같은 망언을 남긴 채 국물까지 다 먹었다는 후문을 지금 밟히는 바이다.
이번 여행에서 지인들이 유독 많이 물어 본 음식은 ‘분짜’. 30대입문자도 5년 전에 처음 분짜라는 것을 먹고 한동안 한국에서 분짜 찾아 삼만리를 얼마나 찍었었던가. 지금은 베트남 음식점이 많이 생겼으나 그 당시 한국에는 몇 개의 프랜차이즈 뿐이었고 거기서 “분짜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하는 표정의 직원 분들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한국에 분짜 붐이 분 이유를 알아보니 최근 방영 된 ‘신서유기4’ 멤버들의 여행지가 베트남이었고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문해 이슈가 된 곳임을 알게 됐다.

▲ 분짜.

분짜란, 라임과 느억맘으로 새콤달콤하게 맛을 낸 국물에 파파야와 생야채들을 넣고 쌀국수(분)을 적셔서 숯불 돼지고기 완자(짜)를 함께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차가운 느억맘 국물에 적셔 먹는 음식이라 일본의 소바와 먹는 방법이 비슷하며 베트남 북부 하노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1년 내내 더운 날씨에 잃어버릴 수 있는 입맛을 잡아주는 맛이라 평가할 수 있다. 30대입문자 역시 베트남 도착하자마자 짐을 넣어두고 달려간 로컬 분짜 집. 처음 베트남에 온 사람들은 ‘길거리 식당에서 밥을 어찌 먹을까’ 할 수도 있는 위생상태를 볼 수 있으나 일단 입에 넣고 보면 ‘입에 들어가는 건 다 똑같지’ 하며 내려놓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2000원짜리 분짜를 먹기 위해 3000원의 택시비를 내는 일도 흔해진다.
30대 입문자는 전한다.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말 중 ‘인간은 마음이 유쾌하면 종일 걸어도 피곤하지 않지만, 마음에 걱정이 있으면 10리를 걸어도 쉽게 피곤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질서가 없어 보이는 베트남도 계속해서 보다보면 그들만의 규칙과 룰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로컬의 식당도 길에 나열된 음식들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서둘러 먹고 출근하는 쌀국수의 육수를 끓이는데 72시간을 할애한다고 했고 거르고 달이기를 반복한다 했다. 36도 많게는 40도가 넘는 땡볕 아래 숯불에 돼지고기를 쉼 없이 뒤집는 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냥 뚝딱 만들어지는 음식이 없듯 정성이 안 들어간 음식은 없다. 그 곳이 깔끔한 음식점이든 불규칙함 속에 규칙이 잡혀 있는 로컬 식당이든.
30대입문자는 72시간 끓여진 육수의 쌀국수를 먹으며, 40도 땡볕 아래에서 완성되는 분짜를 먹으며 생각한다. 내일 또 와야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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