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난치병 환우·이웃에 ‘치유의 노래’ 선사하다
  • 손석호기자
16년간 난치병 환우·이웃에 ‘치유의 노래’ 선사하다
  • 손석호기자
  • 승인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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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人- 권성호 노래하는좋은사람들 회장
▲ 권성호 씨가 포항 해도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 노래하는 좋은사람들 밴드가 포항영일대해수욕장에서 자선공연을 하고 있다.

[경북도민일보 = 손석호기자] Heal the world(세상을 치유해요). Make it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당신과 나, 그리고 인류를 위해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보는 거에요).
-Michael Jackson ‘Heal The World’ 가사 일부.
노래의 기원을 치유의 주술적 의식에서 찾기도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들으며 실연의 아픔은 물론 살면서 겪는 여러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
16년 동안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난치병을 앓는 이들의 아픈 몸까지 치유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권성호(50)노래하는좋은사람들 회장(포항 해도동 맞춤형 복지팀장)을 만나 노래와 봉사 의미를 들어봤다.

 △ 자선공연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1년 포항 송도동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근무 중 가정방문을 통해 한부모가정 혜진(당시 5세) 양을 만났다.
 혜진 양은 얼굴 절반이 새까만 ‘오타반점’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었고 어머니는 세차장 아르바이트 및 파출부로 일하지만 한달 수입이 5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이 가정을 기초수급자로 등록하고 의료보험혜택을 지원하려 백방으로 알아봐도 오타반점 수술은 ‘성형’으로 분류돼 10여차례 수술에 들어가는 2000여만원의 치료비는 100% 본인 부담이라는 ‘복지사각지대’임을 발견했다.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처음에는 혼자서 기타치며 거리공연을 기획했지만 과거 죽도성당에서 성가단장, 지휘자를 맡아 이끌었던 후배들이 생각나 함께 공연을 하기로 당초계획을 수정했다.
 노래는 당시 택배업을 하고 있던 박현남씨와 듀엣을 결정했으며 김호철(기타), 김종호(음향), 정기대(영상)씨 등 5명이 초기 멤버가 됐다. 그 이후 공연활동을 하면서 장진홍(건반), 박준현(베이스), 강연구(드럼)씨가  추가 합류해 지금까지 8명의 멤버로 활동중이다. 처음 모인 카페 이름이 좋은사람들이어서 밴드명도 노래하는좋은사람들로 지었다. 악보집을 직접 만들고 오후 8시부터 새벽 1~2시까지 매일 2~3달 연습을 했다.
 2001년 12월 10일 포항 죽도성당에서 영하 추위속에 첫 공연을 했는데 큰 호응을 얻으며 160만원이라는 큰 돈이 모였다. 혜진 양을 도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포항 중앙상가, 경주  보문호반광장 등에서 2년동안 50차례  이상 공연해 2000만원 넘게 혜진이 치료비를 지원했을때 수술 담당 병원에서 저희팀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막바지 3번의 수술 치료비는 병원에서 무료 시술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접했고 그렇게 혜진이는 완쾌될수 있었다.
 직업과 성격도 다 다르지만 남을 돕는 공연에 대한 마음은 한가지로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617회의 공연을 포항·경주는 물론 경북 곳곳과 전국을 다니면서 했고 약 1억5000만원을 모아 백혈병, 심장질환 등 난치병을 앓는 55명 치료를 도왔다. 최근에는 동남아 라오스의 푸딩뎅초등학교 건립 기금 모금 공연을 했고, 이 학교는 곧 완공을 앞두고 있다. 돌이켜 보면 포항 길거리공연(버스킹)의 원조격인 셈이다.”

▲ 노래하는좋은사람들의 후원으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라오스 푸딩뎅초등학교 모습.

 
 △ 기억나는 공연이나 일은.
 “지난 2008년 제주 탑동에서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하는 정훈(당시 11세) 군를 돕기 위한 공연을 할 때였다. 많은 분들이 공연에 호응해 분위기도 좋았다. 그런데 관객 중에 조용히 정훈이와 가족이 함께한 모습이 보였다. 병으로 얼굴이 창백한 모습이었지만 정훈이 또한 공연의 소중한 뜻을 알고 직접 공연현장을 찾은 것이었다. 정훈이의 방문을 관객들에게 알리니 모금 열기가 더 한층 불붙었고, 공연하는 우리는 물론 관객들 모두 눈가를 촉촉히 적시면서 노래를 부르고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또 지난해 봉사활동 및 사회복지 업무 유공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탄 후 경남 함양 고향 마을 어르신들께 떡과 식사를 대접해 드린 적이 있었다. 마을에서는 축하 현수막을 3개나 걸고 면장님이 전화주실 정도로 과분한 칭찬을 받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해발 700m 산골 벽촌에서 호롱불에 의지하고 어려운 형편에 공부를 하며 ‘열심히 공부해 성공해서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도록 하겠다’던 어린시절 꿈이 다른 형태로나마 ‘금의환향’ 실현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다.”

▲ 권성호 씨가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수상한 후 이강덕 포항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가치관은.
 “취미로 테니스를 아주 좋아해 공무원 대표로 출전을 할 정도다. 둥근 테니스 공에서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있다. ‘지구도 둥글고 공도 둥글다. 둥글게 살라’고 공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양보 및 배려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 일찍 준비하고 남보다 먼저 솔선수범 일하려고 한다. 또 건성건성이 아니 진정성 있고 진심으로 남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려 위해 2~3번 생각하는 습관을 몸에 새기고 있다.”

 △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
 “거리 공연에 참여해 소중한 이웃돕기 기부금을 내주신 모든 분들께 가장 먼저 감사드린다. 우리 공연은 항상 남을 돕기 위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행동으로 실천하게 만드는 ‘계기’일 뿐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기금은 곧바로 정산을 해 밴드 카페에 올리고 복지재단을 통해 지정기탁을 하고 있다.

 공연때마다 꼭 찾는 300여명의 노래하는좋은사람들 열성팬들에게도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인생 동반자이자 복지업무의 상담자·조언자인 아내 김진월(46)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장에게도 매번 미안함과 동시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가족이 한 봉사시간도 7000시간 넘을 정도로 제 가족들이 공연과 봉사의 가장 큰 응원단이다. 시력이 좋지 않으심에도 저희를 마음으로 보살피시는 어머님께도 감사드린다. 또 공연을 함께 해준 밴드 맴버들과 이를 이해해준 맴버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 꿈은.
 “여건과 시간이 허락되면 공연무대가 설치된 트럭을 장만해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전국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 공연이 작은 빛이 되고 희망의 계기가 되길 항상 기원한다.”

   △주요수상
-2004.10 포항MBC삼일문화대상 사회복지발전유공(단체)
-2004.12 새내기 사회복지상 사회복지 발전유공
-2008.10 우정선행상 사회복지발전유공(단체)
-2009.10 다산상 사회복지 발전유공(단체)
-2010.11 한맥사회복지대상 사회복지 발전유공
-2012.06 정재문사회복지상 사회복지 발전유공
-2005.06 경북도지사 자원봉사 체험수기 대상
-2006.12 경북도지사 사회복지 발전유공
-2008.05 보건복지부장관 어버이날 기념 효실천 유공
-2010.11 제34회 청백봉사상 청렴결백 봉사유공
-2012.04 보건복지부장관 자활사업추진 유공
-2014.12 대통령표창(단체) 국민추천 나눔대상
-2016.02 대한민국 공무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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