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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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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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그해 겨울, 47일 동안 남한산성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조선의 왕 인조가 극한 추위에 남한산성에 갇혔다. 청나라는 조선에 침입하여 국토를 유린했다. 국토는 황폐하고 백성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설움을 당했다. 영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丙子胡亂)의 이야기다.
 정치나 권력도 나라가 있어야 하고 백성이 있어야 비로소 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영화는 잔잔하게 읽어나간다.
 정치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는 백성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일 수 있어야한다. 왕이나 권력자들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서는 안된다. 백성들의 눈물을 읽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은 백성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 
 권력이 나라를 든든히 세울 때 비로소 백성들이 권력을 지켜주는 것이다. 정치가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서로 줄 세우기를 하고 힘겨루기를 할 때 결국 나라는 멸망한다.
 영화 남한산성은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는 그 부끄러운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냈다. 사실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별로 없었다. 영화 남한산성은 원작을 뛰어넘는 편견의 아성을 뒤집었다.
 이 영화는 가늠할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특히 스크린을 압도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무게감은 이 영화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병자호란 당시 길이 끊겨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강경파)와 주화파(화친파)의 다툼은 나라의 안위를 생각하기 보다는 당파 싸움의 부끄러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꺼져가는 조선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영화의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치욕스런 역사를 보여준다.
 1636년 병자년 추운 겨울,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한양으로 진격해 오고 조선 조정은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춥고 배고픈 겨울의 이야기다.

 겨울은 메마르다. 황폐하다. 배고프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은 모든 생명이 죽어 있는 듯 보인다. 이 영화는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참담하고 쓰디쓴 드라마다.
 어쩌면 군사적인 싸움이나 전쟁의 신보다는 인간의 말과 말의 싸움, 사고와 사고의 차이 그리고 풍전등화같이 멸망해가는 나라의 운명 앞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을 담았다.쓰러진 왕조의 들판에도 대의는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결사항쟁을 고집한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 그는 “한 나라의 왕이 어찌 치욕스런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 라며 왕에게 청나라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했다. 그리고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삶의 영원성이 더 가치 있다고 주장한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 그는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라며 지금의 치욕을 감수하여 후일을 도모하고자 했다.
 또한 백성이 편안히 사는 길이라면 왕은 그 어떤 부끄러움도 견딜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의 임금 인조는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데 청의 공격은 남한산성을 초토화 시킨다.  
 인조는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무능한 군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유부단하고 귀가 얇은 군주다. 그는 대신들에 둘러싸여 시대적 흐름을 잘못 짚어 병자호란에선 왕으로서는 가장 치욕스러운 삼전도 경험을 당했다.
 ‘죽어서도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남한산성’은 나라의 운명이 갇힌 그곳에서 가장 치열하게 명분과 실리, 신념과 원칙을 위해 몸부림 쳤던 우리역사의 이야기다.
 영화는 서로 다른 사상과 신념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두 정승이 외치는 삶과 죽음 논쟁의 결과에 따라 치욕이든 죽음이든 감내해야 하는 것은 결국 민초들이다. 영화는 이것을 놓치지 않는다. 사실 민초들은 벼슬아치들을 잘 믿지 않는다.
 남한산성은 실패한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운다. 남한산성의 메시지는 그런 위대한 실패의 역사를 통해 현실을 돌아보는 데 있다.
 지금 우리주변의 상황은 그 때의 상황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대한민국은 어떤 남한산성에 고립되어 있는가? 외부인가? 내부인가? 삶인가? 죽음인가? 전진인가? 후퇴인가? 명분과 실리, 서로 다른 사상과 신념도 결국 국민이 불행한 길로 간다면 이것 또한 실패한 역사의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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