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가 아닌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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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가 아닌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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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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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예현 (주)원덕 대표

[경북도민일보]  장비 무게 30kg. 하루평균 20분에 1번 출동. 매년 300명 부상, 7명 순직. 2012~2016년 5년간 자살한 소방관의 수는 41명. 사고나 질병에 의해 5년간 순직이나 병사로 사망한 수는 149명. 관리가 필요한 심리장애를 1개 이상 앓는 소방관이 전체의 70%. 소방대원에게 할당되는 정신건강비용은 단돈 7000원. 10년간 논의되었던 소방병원의 무산. 소방관들의 평균수명 69살(2015년 기준 평균수명 82살).
 ‘과연 정말 그러할까’ 의문을 가질 정도로 최악의 조건과 환경을 가진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소방관의 현실이다.
 365일 24시간. 사람을 가리지 않고 그 어떠한 경우의 SOS에도 응답해 주는 곳. 사람이 다쳐도, 화재가 났어도, 애완동물이 어딘가에 끼어 나오지 못할 때도, 벌집제거 요청도. 시시각각 어렵고 도움이 필요 할 때면 가장 먼저 누르는 번호가 119다.
 “거기 119죠?”
 소방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 되는 2001년 홍제동 화재. 아들이 저 안에 있다는 외침 하나에 불길이 꺼지지도 않은 건물로 소방대원 9명이 한 사람을 구하고자 들어간다. 그러나 9명의 대원이 들어간지 10분도 안되어 화마에 휩쓸린 건물이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9명의 대원은 매몰이 되었고 밖에서 불을 끄다말고 매몰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지만 불법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현장에 중장비를 동원 할 수가 없었다. 동료들의 비명소리에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치웠으나 9명 중 6명의 동료들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당시 그 현장에서 갇힌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이성촌 소방관은 전신에 30% 화상을 입게 되지만 겉에 보이는 상처보단 마음의 상처가 더 아프고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도 그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심리치료 중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동료들에게 “거기서 행복해.. 소방관하지 말고”라는 말을 남겼다.
 이 사건이 터지고 부족한 소방인력과 돌려 입어야 하는 방화복, 낡은 장비에 의존해야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그대로 노출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무소방대 제도가 도입된다.
 두 번째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는 사건은 그로부터 13년 뒤, 2014년 세월호 수색 비행기 추락사고이다. 원인은 낡은 헬기였고 그로인해 세월호 수색 비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소방서 대원들이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인 처우개선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생활하고 있다.
 헛웃음이 나오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11년 태안소방서는 항구에 정박한 배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바로 출동했다. 소방서와 항구의 거리는 30km로 접수된지 39분만에 현장에 펌프차 3대와 물탱크 5대가 도착한다. 그 사이 이미 불에 탄 7척의 배와 2척은 반이 손실되어 다른 선박에 옮겨가지 않도록 진화작업을 했다. 더 이상 불이 옮겨지지 않으니 감사하다는 인사말 대신 그들의 앞으로 온 것은 선주 7명이 태안소방서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사유는 소방관이 늦게 오는 바람에 1억4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는 것. 결론적으론 선주들이 패소했으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원들은 자신의 과실이 아님을 증명하여 제시해야 했다.
 2016년 한 소방관은 염소농장이 있는 산속에 벌집이 있으니 제거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벌집을 제거하기 위해 휴대용 부탄가스통에 토치램프를 연결해 벌집 구멍에 불을 붙이려고 했으나 이때 갑자기 돌풍이 불어 바람에 날린 불씨가 건초더미에 옮겨 붙어 산불로 번졌다. 이 불은 1000㎡를 태워 피해액이 소방서 추산 100만원 정도였으나 염소 농장주인 아들은 불에 그슬린 소나무가 언제 죽을지 모르고 불로 인해 철조망도 새로 교체해야 한다며 1000만원을 보상하라고 했다. 이 대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자신의 적금을 깨어 보상했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와 스트레스로 인해 소방대원들이 개인적으로 변상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대원들 때문에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대원들 덕분에 재산피해가 덜 나게 되었다는 것을.
 2019년 1월부터 전체 소방공무원 4만4792명이 모두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된다.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은 지자체 별로 처우와 근무조건이 제각각이었고, 어려움을 겪는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낮은 처우와 근무조건이 개선되어 그들의 트라우마나 피해사건이 다 없어질 순 없으나 좀 더 나아져 그들의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희망한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SOS를 받아준 그들. 이제는 그들의 SOS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돼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그들은, 언제 출동이 떨어질지 몰라 오늘도 스트레스를 친구 삼아 대기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소방대원들은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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