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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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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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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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경북도민일보]  요즘 어금니 아빠와 어금니 딸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로 인해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혼동에 빠져있다. 내가 기부한 돈이 엉뚱한 곳으로 오용되었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것이고, 그럴 법도 하다. 대구에는 유명한 달성공원이 있다. 최근에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공원 입구 근처에 연못이 있다. 비교적 큰 연못이라 없어지지는 않았을 게다. 그 연못에는 백조, 오리, 철새 등 많은 새들이 헤엄치며 다녔다. 필자의 아들들이 다섯 살, 세 살 무렵이었다. 필자가 아이들을 목마 태우고 물위에서 노니는 새들, 물속에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는데 옆에 필자 또래의 아저씨가 연못으로 무언가 먹이를 던지면서 역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게 묻는 것이다. “야들아, 아빠가 주는 먹이, 누가 제일 먼저 받아 먹니?” 그러자 아이들은 “제일 빠른 새” 라고 답하는 것이다. 그러자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래, 너희들로 가장 빠른 새처럼 빨라야 놓치지 않아. 1등을 해!”라고 가르치는 것이었다. 필자는 옆의 아이들 아빠가 하는 말을 듣고 한동안 만감이 교차했었다. 어떻게 아이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시대에는 설마 저렇게 가르치는 것이 더 맞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그건 아니었던 것 갔다. 수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필자는 그 말이 기억난다. 아마도 아이들이라 그 말을 듣고 곧장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저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가 커서 남을 배려하는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이것을 모르는 것 같다. 내 아이가 잘 사는 세상은 내 아이만 잘 살아서는 결코 잘 살수가 없는 것이다.
 기부는 함께 같이 사는 방법이다. 그리고 기부는 정당하고 존경받을 일이다. 미국은 개척정신을 통하여 드넓은 영토를 확장해 가면서 그 영토에 공권력이 골고루 미치지 못해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총기를 휴대하여 스스로를 지키는 정신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기부를 통하여 부족한 공권력을 대신하여 온 전통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모든 영역에서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사회적 책임의식이라는 의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정신이 미국을 이끌고 유지해가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기부액을 정당히 밝히고, 그 만큼 대우를 받는 정신적 풍토와 긍정적인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당한 절차에 따른 기부에 대하여 학교와 건물 등에 기부자의 이름을 부여하거나 동상을 세운다.

 그런데 한국적인 상황에서 내가 기부를 하고 건물이나 기금에 자신의 이름을 부여하거나 동상을 세우려 한다면, 세상의 정서는 티를 낸다는 둥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배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정당하게 기부하고 기부했다고 당당히 인정받고 건물이나 기금을 내세울 수 있는 문화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2000년에 제작된 ‘Pay it forward’라는 영화가 있다. 한국에서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그것을 앞으로 계속 갚아라!’라고 직역이 되는 영화제목이 어떻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로 번역이 되었을까? 사회로부터 기부나 도움이나 관심을 받게 되면, 받은 사람이 이를 잊거나 단절시키지 않고 앞으로 계속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면, 이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필자의 전공도 통번역학이지만 누가 번역하였는지 정말 기가 막힌 번역이다. 만약 영화제목이 직역을 해서 ‘계속 갚아가기’라고 번역했다면 얼마나 삭막한 번역이 되었을까!’
 기부과정에서 생기는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로 기부가 중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금액의 다소가 아니라 관심의 지속이며, 기부자가 정당하고 당당하고 떳떳한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 있다는 느낌만으로 자신이나 사회에 대한 일탈적인 행동은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으로 본다. 내 아이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우리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고, 우리들이 더불어 잘 살아야 내가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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