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대한민국, 노노시대가 왔다. 노노시대가 무엇인가?
노노시대(老老時代),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00세 이상 고령자 수는 2005년 기준 961명, 2010년 기준 1835명, 2015년 기준 3159명이다. 5년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었을 때 최근 72%나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이 14%에 이르는 것)에 진입했다. 노인이 2010년에는 전체 인구의 11.3%에 달하는 542만 명이었고 올해 약 70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에 집계 된 노노부양 가구 수는 2017년 9월 기준 20만2622가구로 2010년 12만 1767가구에 약 1.7배가량 늘어났다. 이 추세라면 현재 고령화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을 제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시작 된 조어(造語) 중 하나가 ‘노노상속(老老相續)’이다. 이 말은 자신을 부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본인이 죽기 직전에 증여한다는 말로 이 말은 이미 노인이 된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의 유례는 ‘미리 자산을 상속해주면 나이가 들어 병약해졌을 때 자식들이 나몰라라 한다. 그러니 돈이라도 쥐고 있어야 자식들이 그거보고라도 찾아와 날 챙긴다’란 지극히 현실적이고 부적합하나 부적합하다 할 수 없는 곳에서 흘러나왔다.
‘근거 없는 말이다. 부당한 말이다’라고 할 수 있으나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대작가인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에서 고리오 영감은 엄청난 구두쇠다. 고리오 영감이 유일하게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두 딸이었다. 두 딸을 위해선 희생과 헌신이 당연했던 고리오 영감은 본인의 임종 앞에도 두 딸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숨이 넘어 가기 전 “만일 내가 아직 재산이 많은 부자였다면, 딸들은 이 자리에 와 있을 거야. 그리곤 내게 키스를 해주었겠지”라 말했다. 1834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평단의 시선이 좋지 못했으나 183년이 지난 오늘날 너무나도 현실을 그리고 있어 놀라게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와는 달리 대가족사회도 아니고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 역시 당연하지 않은 사회이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평균 수명은 늘어났으나 과거와 같은 동일한 은퇴 나이는 이 사회 속에서 늙어가는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현재 지니고 있는 재산을 꽁꽁 묵혀 두는 것밖에 없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노상속이 불어오는 문제점들이다. 제일 큰 문제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은 사회 전반의 경제정체현상이다. 왜냐하면 경제의 기반인 자금이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청년과 중년층에서 자산을 벌어들이고 그것이 또 소비로 환원이 되는 구조로 흘러야하는데 노노상속이란 현상이 심화될수록 자산을 벌어들이나 환원이 되지 않아 흐름이 축소되고 위축됨을 알 수 있다. 이유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가계의 70%를 노후준비로 묶어두려는 성향 때문이다. 이렇게 묶어두는 자산이 높아질수록 사회에 환원되는 선순환구조가 무너지고 젊은 세대층의 성장이 더디거나 줄어들게 된다.
저출산으로 갈수록 30-40대의 인구는 감소 할 것이다. 그에 반해 70-80대 노인은 몇 배로 많을 것이다. 이 상황에 노노상속이 이루어져 자금이 순환이 안 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도 붕괴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뚜렷한 해결책을 못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먼저 노노시대를 열었던 일본의 경우나 대비하는 각 나라의 해결책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증여세’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증여세는 1억원 이하 기본세율 10%, 1억원~5억원은 20%로 1000만원, 5억~10억원은 30%로 6000만원, 10억원-30억원은 40%로 1억 6000만원, 30억 이상은 최고세율 50%로 4억 6000만원이 된다. 예를 들면 자식에게 15억원을 물려주면 증여세(상속세)는 1억8천만원이다.
언젠가 한번은 내야 하지만 주춤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손주에게 주는 교육자금은 약1500만엔(1억4500만원), 자녀나 손주에게 주택 구매 자금 1000만엔(약 9600만원), 결혼·출산·육아 등에도 약 1500만엔(1억4500만원)은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각 나라별로 알아보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대만 등은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20%로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독일과 벨기에는 30%, 미국이나 영국은 40%로 한국보다 다 낮은 편이며 최근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 많은 국가들이 상속·증여세를 아예 폐지하여 성장 속도를 가속화 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어르신들의 소득보장보험과 부양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들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다. 새로운 트랜드에 맞게 변화하듯 새로운 시대에 대한 노후문화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어우러졌을 때 우리는 재앙이 아닌 행복한 100세 세대를 누릴 것을 확신한다.
이른 고령사회와 고령화사회는 우리가 원해서 이뤄진 것은 아니나 우리가 초래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노후문화의 준비는 좀 더 나은, 좀 더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 될 것임을 자신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뒤 돌아 설 곳도 없는 노노시대.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노노시대’, ‘노노상속’은 고령사회에 진입해 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가 익숙해질 현실이자 헤쳐 나가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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