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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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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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문 전 선린대 부총장

[경북도민일보]  우리는 태어나면서 태양, 공기, 물, 흙 등으로부터 얻어지는 에너지로 생명을 얻고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시간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개인으로 절대적인 한계상황인 시간의 귀중함을 모르거나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누구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동시에 시간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시간과 인간은 분리되어서는 생각할 수 없고 인간은 시간을 통해서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인간 없는 시간, 시간 없는 인간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
 우리 각자 인생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매일 매일 주어지는 1440분의 시간은 쓰던 안 쓰던, 누리던 누리지 않던 결국 사라져 버린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권학편(勸學篇: 송나라 朱熹)에 일촌광음 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은 아무리 짧은 시간도 가히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하겠다.
 시간은 실존적이다. 생각, 판단, 행동할 수 있음은 살아있음이며 현재의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인간에게는 귀중한 것이다. 시간은 있어 오면서(과거), 마주하면서(현재), 다가감(미래)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B. A. W. Russel)은 시간을 버리는 자와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로 구분하면서 후자만이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하루하루 짜인 시간 안에 성실하게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 허락된 시간들을 의미없이 ‘흘러버리는 시간(killing time)’들이 있다.
 성철 스님은 “시간은 자신의 생명과도 같다. 잃어버린 건강은 음식으로, 잃어버린 재산은 노력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은 크게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똑같이 주어지는 절대적 시간과 사용하는 사람의 의해 다르게 적용되는 상대적 시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시간을 잘 사랑하고 활용하는 사람은 시간이 짧고 발전과 새로움의 바탕이 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 Schopenhauer)는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를 생각하지만 지성인은 어떻게 사용할까”를 생각한다고 했고, 벤쟈민 프랭크린(B. Franklin)은 “만일 네가 네 인생을 사랑한다면 네 시간을 사랑하여라. 왜냐하면 네 인생은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하바드대학 도서관에 쓰인 30훈 가운데 ‘시간은 강물과 같아서 막을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이 물을 어떻게 흘려보내느냐에 따라 시간의 질량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계공이 자식에게 유품으로 남길 시계를 제작하면서 초침(秒針)는 금으로, 분침(分針)은 은으로, 시침(時針)은 동으로 만든 뜻은 시간의 출발점인 초(秒)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시간의 가장 짧은 1초의 중요성을 깨닫자. 한국 육상의 100M 김국영 선수는 자신의 10초07의 기록을 9초대(9초99)로 진입하기 위해 즉 0.08초를 단축하기 위하여 수십년의 젊음과 싸우고 있으며, 빙판의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 선수도 젊음을 불사르고 있다. 스피드 경기에서는 100분의 1초, 1000분의 1초로 승자와 패자가 생긴다.
 ‘1초에 수천, 수만, 수억, 수조 번씩 제 성질을 바꾸는 그 성질로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 이를 반도체라 한다’는 SK hynix 선전문이 주는 1초의 의미를 다시 음미하자. 1초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치만 알아도 아름다운 인생을 누릴 수 있다.

 1초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고의 순간 간발의 차이로 살아난 생존자에게, 1분의 시간은 방금 기차를 놓친 자에게, 1일의 시간은 일간지 신문의 편집장에게, 1주일의 시간은 주간잡지 편집장에게, 한 달의 시간은 미숙아 산모에게 물어 보자.
 인간은 시간 속에서 시간과 더불어 살다가 죽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사형수 대부분은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조금 늦게 취침한다고 한다. 그만큼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삶(시간)을 더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마지막 5분만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1849년 12월 러시아 세묘뇨프 사형장에서 28년을 살아 온 사형수에게 마지막 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마지막 5분. 2분은 내가 아는 모든 분들에게 작별기도에, 이 순간까지 있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함을 드리며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 마다씩 작별인사를 나누고, 2분은 지나가 버린 28년의 내 삶을 돌아보는데, 마지막 1분은 후회와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회고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사형집행이 정지되었으나 유배지에서 4년을 살아가면서 5분의 순간을 잊지 않고 ‘평생 시간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살아온 사형수가 바로 러시아의 세계적인 문호 ‘도스트예프스키’이다.
 안중근 의사도 사형 집행 전 5분의 시간이 주어지자 ‘내가 읽던 책 나머지 부분을 읽고 싶다’고 유언을 남기자 집행관이 가져다 준 나머지 부분을 읽었으며 책을 전해준 간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세상을 떠나셨다. 책의 내용과 5분의 시간은 삶의 전부를 뜻하고 있다.
 영국 의회 중앙 홀(center hall)에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여러 역사적 인물 가운데 영국 하원들이 뽑은 ‘영웅’ 2위와 3위를 차지한 인물은 각각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와 ‘윈스턴 처칠’이며 1위의 주인공은 영국인이 아닌 남아프리카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이다.
 그는 남아공 흑백분리정책의 부당성에 맞서다 27년간 감옥에서 갇혀 지냈다. 그가 27년의 긴 시간의 감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좌절과 포기가 아닌 그의 변함없는 신념이 이끈 시간의 승리였다. ‘용서와 포용’ ‘화해와 관용’이 대통령으로 만들고 나라를 하나로 단결시켰다.
 시간은 매일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 부여된다. 시간은 매사에 멈추는 법도 더디게 흘러가는 법도 없다. 더구나 무한정 베풀어지는 것도 아니다. 링컨은 나무를 팰 수 있는 한 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45분은 도끼를 가는데 쓴다고 했다. 시간의 준비성을 강조한 글이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글에서 ‘지금 이 시간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고 했다.
 F. 실러는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고 했다. 촌음을 아껴쓰라는 교훈이다.
 전 문교부장관인 안호상의 독일 유학기에서 학회모임에 코리언 타임을 씻어버리기 위해 30분 일찍 갔으나 아무도 오지 않아 자랑스럽게 기다리는데 5분전에 모두 참석함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자신은 25분을 낭비한 것을 깨닫고 수치임을 알았다는 글에서 인간의 낭비 가운데 시간 낭비처럼 아까운 것은 없다. 시간의 낭비는 인생 최대, 최악의 낭비다. 인생은 영원속의 오늘이요, 영원속의 지금이다.
 정해진 일생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위대한 생애일 것이다.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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