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살았을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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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살았을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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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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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살았을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조옥근/의학박사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요/어머님의 희생은 가히 없어라.
 양주동 선생의 어버이의 은혜를 기리는 너무나 유명한 시다. 오는 8일이 34번째 어버이날이다. 필자는 지금 이순간도 이 시를 적다보니 마음이 저려온다. 나도 자식과 손자를 두고 보니 이제 철이 든걸까. 효도의 효도 효(孝)자는 가르칠 교(敎)에 똑똑 두드릴 복자를 빼놓은 글자이다. 효도라는 것은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가르치고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때 비로소 얻어진 결과라고 나는 믿는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했다. 그 자녀가 효를 다할 성품이 충분하게 있다 하더라도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서 얻어지는 것이 효(孝)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필자가 좀 우스운 집안 이야기를 해야겠다.
 “말이야 바로 말해서 아버지 같은 성격에 나만한 효자도 없습니다”. 집안식구들과 함께 효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들이 애비 눈치를 살피며 한 말이다.
 자기 효심을 입증이라도 하듯 아들은 “자기 친구들도 다들 인정하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들의 말은 자기만큼 아버지에게 끔쩍도 하지 못하고 오직 순종으로 일관하는 사람을 요즘 세상에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한 수 더떠서 “아버지는 정말 아들 하나는 잘 두었다는 사실을 아십시요!”라고 말한다. 아들의 효심 자랑에 뒤질새라 그 효의 근본을 나는 이야기 했다. 오늘의 효행 길을 아버지가 만들었다고. 효자는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도 포기하지 않고 자식이 곁길을 갈 때 채찍으로 다스려 효자문으로 몰아 넣었다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그만한 아들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같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살이에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를 보고싶어한다고 한양 천리길을 매달 한번도 빠짐없이 극심한 고속도로 교통체증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항 부모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아들 녀석이 대학 1학년 때로 기억이 된다. 그는 어느 날 전화로 “내일은 개교 기념일이어서 강의가 없으니 친구들과 인천으로 바다낚씨를 간다”는 것이다.
 바다낚시 간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며 칠전 포항 연안 방파제에서 낚시 하던 젊은이가 갑작스런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사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에 혼자 놓아두고 늘 신경을 쓰는 터라 걱정이 앞섰다. 고민을 하다못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야, 나는 아들이라고는 너하나 밖에 없는 줄 너도 잘 알지. 만약에 네가 잘못되면 나와 너 엄마는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겠느냐. 이 애비가 늙어 네 친구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의 부모 심정이 어떻겠는가. 자식 친구 결혼식장에 어떤 마음으로 앉아 축하를 하며, 백발 흰머리를 들고 어디로 다니겠느냐.”고 말했다. 부모의 애틋한 자식사랑이 아들의 가슴을 때렸다
 아들은 친구와의 약속도 지키고 아버지 마음도 편안하게 해드렸다. 친구들과 어울려 반나절 동안 해변에서 놀다 집으로 간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부모님이 걱정하는 곳엔 가지 않겠으니 안심하십시요”라는 짤막한 전화 한 통에 자식의 효심을 다시 생각했다. 효(孝)는 덕지본야(德之本也)다. 사람의 행실 가운데 효보다 큰 것은 없다했다. 효는 하늘의 진리와 땅의 도리를 따르고 본받는 사람의 행동이다. 따라서 불효는 참된 부모를 갖지 못한 불행한 인간이며 눈이 먼자다. 필자는 어버이날이 오면 마음이 저려온다. 그래서 정철선생의 시를 읊는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가신 후면 애닳다 어이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나는 부모에 대한 아들의 지극한 효심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하지만, 내가 명이 길어 아흔살을 훨씬 넘어 거동을 못할 때 “애비를 등에 엎고서라도 금강산과 중국 장계를 구경시켜 줄 수 있느냐”고 이번 어버이날엔 한번 물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효(孝)자는 늙은 노(老)에 비수비(匕)자 대신 아들 (子)자(字)를 써서 아비가 (노·老)늙어면 자식이 아버지를 업고 다녔다는 옛말도 일깨워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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