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미국의 관세폭탄이 대공황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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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미국의 관세폭탄이 대공황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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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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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기 뉴스1 중국 전문위원

[경북도민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매길 계획이라고 밝히자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파리 기후 협정 탈퇴를 ‘데자뷔’하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각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는 물론 미국에게도 좋지 않은 조치”라고 일갈했다.
 세계의 모든 언론이 미국의 조치가 세계무역질서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언론도 미국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CNBC는 “미국의 이같은 조치가 중국보다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승리하기도 쉽다”고 말한데 이어 보복관세로 불리는 ‘호혜세(reciprocal tax)’ 도입을 예고했다. 호혜세는 타국이 자국의 상품에 매긴 만큼의 관세를 타국의 상품에 똑같이 부과하는 것을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보호무역 정책을 견지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전세계는 물론 미국마저 반대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같은 무리수를 둘까? 아마도 중간 선거를 앞두고 표를 잡기 위해서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전 이래 지금까지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미국이 직업을 많이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을 ‘팩트 체크’해 보자. 2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1%다. 4.1%면 완전고용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국이 직업을 많이 뺏기긴 했다. 그런데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이른바 3D직업만 뺏겼다. 대신 IT 등 서비스 분야에서 참신하고 산뜻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D 직업을 중국 등 제 3세계로 이전한 대신 참신하고 공해 배출도 없는 새로운 직업을 대거 창출한 것이다.
 이는 세계화, 즉 자유무역 덕분이다. 미국은 세계화로 3D 직업을 제3세계로 넘기는 한편 아웃소싱을 통해 엄청난 비용절감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우지수는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의 고립주의 채택하고 있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채택했을 때가 있었다. 1920~30년대다.
 세계화는 금세기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1800년대 말부터 1차대전(1914년) 직전까지 세계화가 절정이었다. 당시 증기선의 대중화로 대규모의 재화가 대서양을 넘나들었고 인구이동 즉 미국으로의 이민도 정점에 달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영국의 GDP를 제친 시점도 1890년대였다.

 현재 세계화를 상징하는 것이 컨테이너와 인터넷이다. 당시 세계화를 상징했던 것이 증기선과 텔레그래프(전신)였다. 텔레그래프는 당시의 인터넷이었다. 미국은 세계화 덕분에 호경기를 만끽했다.
 그런데 세계화의 단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의 집중현상이다. 세계화로 시장이 넓어짐에 따라 거부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과 똑같다.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리는데 광부 등 서민들은 제3세계에 직업을 빼앗기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미국은 1차 대전 이후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다. 그리고 얼마 후 대공황을 맞는다. 특히 미국 의회는 1930년 ‘스무트 홀리(Smoot-Hawley)법’을 통과시켜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다. 그 결과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1930년대 사상 최악의 경제적 위기를 맞는다. 물론 대공황은 여러 가지 요인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그런데 대공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장기화시켰으며 전세계로 전염되게 한 것이 바로 스무트 홀리법이었다.
 대공황은 1929년 뉴욕증시의 대폭락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허버트 후버 행정부는 불황 타개책으로 자국 기업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대신 관세율을 59%까지 인상하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이에 맞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관세율을 높이며 보호무역정책을 펼친다.
 그 결과 미국의 해외 수출은 1929년 70억달러에서 1932년에 25억달러로 급감한다. 결국 후버 행정부의 관세법은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켜 수년 내에 끝났을 미국의 경기 침체를 장기적 대공황으로 이끈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의 부작용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장기간 경기침체에 시달려야 했다.
 자고이래 ‘개방은 번영, 폐쇄는 멸망’이라는 공식을 피해간 나라는 없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견제하는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발전에 발전을 거듭, G-2의 반열에 올라섰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관세 부과가 제2의 스무트 홀리법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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