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에 허덕인 8월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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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에 허덕인 8월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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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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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수/편집국장
 
 8월의 찜통더위도 이번 빗줄기로 끝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8월도 다간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2007년 8월 한반도에서는 무더위와 더불어 정치판의 대선 열기까지 겹치면서 일교차마저 느끼기가 힘들었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뿐만 아니라 하루 이틀 나날의 차이도 체감하기 어려웠다.
 하수상한 시절이다. 대구기상대는 28일 대구경북지역 아침 최저 기온이 25.5도를 기록해 處署가 지나고도 나흘 동안이나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1994년 8월 중순의 열대야는 9일 동안 이어졌고, 최고 기온이 31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보름이나 지속됐다고 한다. 2001년에도 열대야가 8일 이상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였다.
 문제는 체감온도다. 정치판으로 넘어가면 그들 리그의 체감온도 역시 폭염과 열대야의 연속이다. 지난 19일 투표에서 70.8%의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한나라당 대선 경선은 1.5%포인트차로 진 박근혜 전 대표의 아름다운 승복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 후보로 확정됐지만 아직 당 내부에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어 무더위가 가을바람을 탈 것이라는 예보를 장담키 힘들다. 양 진영이 `폭탄주 오찬’도 벌여 화합을 다지고 있지만 경선 후유증이 쉬 물러갈 기세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45개월 만에 운명을 다하고 간판을 내린 열린우리당과 범여권 대선후보들의 각축전도 폭염과 열대야를 연상시킬 전망이다. 9월 3일 예비경선(컷오프)에 `12월 용꿈’을 꾸는 잠룡들이 물 만나 승천을 기다리는 태세다. 민주노동당도 뒤질세라 2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대선후보를 가려내기 위한 전국 순회 경선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8월말 남북정상회담도 10월로 연기됐다. 수해복구를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불필요한 오해가 분분하다. 국내의 정치 탓만 할 계제도 아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시작으로 영어강사 이지영, 만화가 이현세,영화감독 심형래, 동숭아트센터 대표 김옥랑, 영화배우 장미희씨 그리고 능인선원의 지광스님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줄을 잇고 있는 학력 위조도 끝간 데 없이 한반도를 들끓게 만들고 있다.
 29일 터져나온 청와대 정윤제 전 비서관 `봐주기 수사’의혹과, 국정홍보처의 `취재선진화’방안도 국내 비판 연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IPI(국제언론인협회)가 정부에 언론통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 서한을 재차 보내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맞선자리에서도 대학졸업장을 보여달라는 `학력검증’ 바람이 새삼 불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직장에서는 취업 시험 때 학력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구심이 꼬리를 물고 있고,사람마다 “학력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 “능력이 있더라도 학력을 속인 것은 도덕성에 문제 있다”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8월 한반도에 내려진 폭염경보로 경북 동해바다는 `피서객 430만 시대’를 맞았다. 적조띠가 동해까지 뻗치고 `찬물덩어리’(냉수대)까지 해역 곳곳에 형성돼 가자미 우력 등 양식어류가 집단 폐사하고 전복 치패가 떼죽음 당하고 있지만 동해바다는 폭염으로 피수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인류학과 교수를 지낸 브라이언 페이건은 저서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에서 이상기후로 인간의 운명이 바뀐 사례를 들고 있지만 “선박을 지휘하는 사람들은 모여드는 구름이 자신들의 운명과 관련 있다고 여기지 않으며 아무도 조타수에게 키의 방향을 돌리는게 어떠냐고 충고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이 차가워 폐장하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8월의 한반도를 스쳐지나간 폭염경보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는 자세가 요구될 듯 하다.
 날씨에다 정치·사회문제까지 한꺼번에 몰아닥친 폭염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변화의 와중에 있으며 더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계에서 불거진 학력위조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 검증시스템의 위기징후로 읽히기 때문이다. 체감온도가 폭염을 상승시킨 8월을 보내면서 해결할 것은 해결해나가는, 검증할 것은 검증해나가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기대하고 싶다. 언제 또다시 폭염경보가 한반도에 내려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인데,폭염은 다가올 가을의 삽상한 기후를 더욱 갈망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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