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음 맑은 물에 씻어가세요
  • 김진규기자
지친 마음 맑은 물에 씻어가세요
  • 김진규기자
  • 승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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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옥산 세심마을
▲ 옥산서원 풍경.
▲ 독락당 계정의 여름 풍경.

[경북도민일보 = 김진규기자]  경주시 안강읍 옥산 1리. 독락당과 옥산서원으로 널리 알려진 마을이다.
 옥산서원에서 독락당 쪽으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옥계천(자개천)을 따라 걷다보면 바위에 세심대(洗心臺)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세심(洗心). 마음을 씻는다는 뜻이다. 퇴계 이황이 쓰고 회재 이언적 선생이 새겼다. 여기에서 이름을 따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맑아져 깨달음을 얻으라는 의미로 세심마을이라 지었다.
 세심마을은 신라 때부터 옥천(玉川)이라 불려오던 곳이다. 1523년 회재 이언적 선생이 거주하면서 옥산(玉山)으로 개명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회재 이언적이 독락당을 짓고 다음해 계정을 지으면서 이곳은 계정마을, 계정동이라고도 불렸다.
 회재 선생은 옥산 주변의 경관이 뛰어난 곳을 사산오대(四山五臺)라 이름 붙였다. 사산은 마을을 둘러싼 봉우리에 이름을 붙인 것으로 화개산(동), 자옥산(서), 무학산(남), 도덕산(북)을 가리킨다. 오대는 옥계천 주변의 수려한 모양을 자랑하는 다섯 개의 반석과 기암인 세심대, 관어대, 탁영대, 징심대, 영귀대를 뜻한다.
 세심대에서는 정조 때 지방 초시를 열 정도로 뛰어난 풍광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옆에는 지금은 토사와 돌로 메워졌지만, 예전에는 명주실 2타래를 풀어넣었을 만큼 깊은 용추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관어대는 독락당 바로 옆의 계곡으로 회재 선생이 많은 시상을 떠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 세심권역 농어촌인성학교 전경.

 △ 잘 나가는 전통농촌체험마을 1번지
 세심마을은 이름 그대로 청소년 인성교육의 장이자, 다양한 전통농촌체험이 가능한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지혜도 배우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절도 익힐 수 있다. 이뿐 아니다. 맑은 계곡과 옥산서원, 독락당을 거닐며 역사탐방과 함게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계절에 따라 농사와 전통 체험, 먹거리, 예절, 역사 체험 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세심예절교육이다. 회재 이언적 선생의 삶과 학문과 현대인이 배워야 할 기본예절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보기 프로그램도 인기다. 문과 무과로 나누어서 옥산서원에서 사행시 짓기, 활쏘기, 제기만들어차기, 고리던지기 체험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에는 장원, 차석을 뽑아서 시상식을 연다.
 먹거리 체험으로는 칼국수, 두부, 김장김치 만들어 먹기와 농산물을 수확하여 전 부치기가 있다. 이밖에도 손수건 풀잎 염색 체험, 도자기 만들기, 투호놀이, 떡메치기, 팽이던지기, 주령구 체험, 새끼꼬기 체험, 세심마을 곳곳에 흩어져있는 문화재를 따라 도는 촛불탑돌이와 백등탑돌이에 참여할 수 있다.
 옛 전통의 멋과 조상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특화형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다. 최대 25명까지 각종 교육과 체험활동, 공동 식사와 숙박이 가능한 세심체험관과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한옥숙박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고향집에 온 것 같은 손맛과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도 준비돼 있다.
 마을 특산품으로 간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엄나무순 장아찌가 인기다. 항염작용으로 심혈관질환이나 마비통증,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에 좋고 면역력 개선과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경북지역에서 주로 보리의 속겨로 만들어 먹었던 시금장도 별미 특산품이다. 메주를 만들어 왕겨 속에 묻어 구운 다음 매달아 말리고 띄우는 전통 방식으로 제조하는 건강 발효식품이다. 특산품은 전국 어디서나 전화로도 구매 가능하다.
 

 △ 한국 성리학의 대가, 회재 이언적 선생을 기린 옥산서원
 옥산서원은 사적 제154호로 동방오현의 한 사람이자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 회재 이인적(1491~1553) 선생을 기리는 서원이다. 회재 선생이 돌아가신 19년 후인 선조5년 91571년)에 건립됐으며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국왕의 사액을 받았다. 이후 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에도 무사했던 명망있는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이다.
 옥산서원 주변은 경치 좋은 도덕산, 자옥산 일대에서도 가장 시원스러운 계곡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서원 앞을 흘러가는 계류에는 너럭바위들이 시원스레 깔려 있는데, 짙은 그늘 아래 이 너럭바위에 앉아 쉼없이 흘러가는 물소리를 듣노라면 절로 마음이 깨끗해진다. 예전에는 시끄럽다 싶을 정도로 물줄기를 떨구는 폭포 아래쪽 용소 위에 놓인 외나무 다리를 통해야 출입할 수 있었는데, 막상 경주 옥산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의 멋진 경치와 소란스러운 물소리를 전혀 느낄 수 없어 학업을 정진하기에 더없이 좋은 입지였다고 한다.
 옥산서원은 전형적인 방식대로 출입구와 공부하는 공간인 강당,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일직선상에 놓인 전형적인 구조이다. 건물 곳곳에는 내로라 하는 당대 명 문장가들의 글씨가 있다. 경주 옥산서원 현판은 추사 김정희, 무변루 현판은 석봉 한호, 서원내의 비각 안에 쓴 현판은 아계 이산해의 글씨이다.
 경주 옥산서원은 서원 가운데 가장 많은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된 김부식의 ‘삼국사기’ 완질본도 이곳에서 발견됐다. 또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에 등재된 ‘만인의 청원, 만인소’ 2점 중 하나인 ‘복제개혁 반대 만인소’도 이곳에서 나왔다.

▲ 천연기념물 제115호 조각자나무.

 △ 한국 정자의 최고봉, 독락당
 옥산서원에서 골짜기를 따라 북서쪽으로 약 700미터 쯤 올라가면 보물 제413호인 독락당이 있다. 500년을 지켜 온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 옥산정사, 그리고 관어대가 있는 계곡으로 통하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나눠져 있다.
 회재 이언적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이곳 골짜기에서 7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때 그가 살던 집의 사랑채가 바로 독락당이다. 대체로 사대부집의 사랑채라면 주인의 위엄을 한껏 과시하기 위해 높고 화려하게 꾸미기 마련인데, 독락당은 크지 않은 규모에 땅에 납작 엎드렸다 싶을 정도로 건물의 높이도 낮고, 지붕의 모양 또한 매우 독특하다.
 독락당의 가장 큰 매력은 계곡 사이의 담장에 살창을 설치해 독락당에 앉아서도 계곡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는 점이다. ‘옥산정사’라는 현판은 퇴계 이황,‘독락당’ 현판은 아계 이산해의 글씨이다. 독락당의 별당인 ‘계정’은 시원한 계곡의 아름다움을 한껏 끌어안은 구조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자계천 물가의 관어대 위에 올라앉은 이 정자는 한국정자의 가장 아름다운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계정’이라는 현판은 석봉 한호가, 계정의 한쪽 작은 방에 붙어 있는 ‘양진암’이라는 편액 글씨는 퇴계 이황의 글씨이다.

▲ 국보 제40호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 독락당 조각자나무와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천연기념물 제115호로 지정된 독락당 조각자나무도 놓치면 안되는 포인트다. 조각자나무는 나이가 약 47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4.5m, 둘레 4.90m(62㎝ 높이)이다. 이 나무는 옥산서원(玉山書院)의 독락당 울타리 안에서 자라고 있으며, 주변은 감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이 나무는 조선 중종 27년(1532) 회재 이언적이 잠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독락당을 짓고 학문에 전념할 때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온 친구로부터 종자를 얻어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오래되고 희귀한 나무로서 생물학적 보존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교류관계와 독락당의 역사를 알려주는 문화적 가치도 크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독락당 길 옆을 건너면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신라 때에 창건한 유서깊은 사찰이었으나, 1834년 큰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석탑 하나만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13층의 탑신을 올린 모습인데, 통일신라시대에서는 그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으로 국보 제40호로 지정돼 있다.
 1층 탑신(몸돌)과 옥개석은 여느 석탑과 다르지 않지만 2층부터는 몸돌과 지붕돌 모두가 급격히 작아져서 2층 이상은 마치 1층탑 위에 덧붙여진 머리장식처럼 보인다. 탑은 보기 드문 13층이며 1층에 비해 2층 이상이 일반적인 체감의 비례를 무시하고 줄어든 모양이 독특하면서도 정제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불국사 다보캅과 호엄사 사사자삼층석탑과 더불어 우리나라 이형 석탑의 걸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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