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미술시장 `경매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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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미술시장 `경매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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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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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술경매회사 옥션M `화려한 오픈’  
 
대구지역의 탄탄 미술전통을 바탕으로 미술열기를 지방으로 옮기겠다며 탄생한 대구의 `옥션 M’, 해외 명품 그림 공급을 내걸고 탄생한 서울 강남의 `D옥션’ 등….
미술시장이 전에 없던 호황을 맞고 있다. 이에따라 곳곳에서 신생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998년 12월 가나아트센터가 국내 최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을 출범시키고 2005년 11월 갤러리 현대 등이 2번째 경매회사인 K옥션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미술계에서는 “좁은 미술시장에 경매회사가 두 개나 되는 것은 과잉”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안돼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고 경매회사로 시장 주도권이 이동되는 듯한 양상이 보이자 여기저기서 경매회사 설립 추진소식이 들려왔고, 결국 현실화했다. 이에따라 미술계에서는 유례없는 경매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 대구에도 미술경매회사 호황 속 출발
 대구MBC가 설립한 경매회사 `옥션 M’은 지방 경매 바람의 상징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옥션 M’이 첫 미술품 경매를 진행했다. 구상회화의 전통이 강한 대구 지역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근현대 한국화가들의 작품도 많이 선보였다. 마침 요즘 미술시장에서 불고 있는 극사실회화 바람에 맞춰 대구 출신 극사실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모은 것도 특징이었다.
 이날 대구MBC 1층 로비는 수많은 콜렉터들과 미술 전문가들로 북적거렸다. 경매는 김순응 K옥션 대표가 경매사로 나선 가운데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대구·경북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 45점을 포함한 작품 149점 중, 3억8000~6억원 선에서 낙찰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우환 작 `바람과 함께’(100호)는 열띤 관심 속에 8억1000만원에 낙찰됐고, 오치균의 `정물’(10호)은 2000만원에서 시작해 1억5000만원에, 이대원의 `나무’는 5000만원에서 시작해 2억원에 각각 팔렸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작품이 애초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이날 경매는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인 93.96%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총 낙찰 금액은 40억4000여만원에 이르렀다.
 옥션 M 서영진 아트사업팀장은 “당초 낙찰률을 80% 정도로 잡았는데 의외의 결과여서 몹시 놀랐다”며 “미술품에 대한 지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 참가한 수집가 이석창(48)씨는 “대구에서도 미술품 경매시장이 열리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원하는 작품을 원하는 가격에 거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작 시비가 없는 것이 옥션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옥션 M은 분기마다 메이저경매 1회, 소품경매 2~3회 등 연간 6~7회 경매를 예정하고 있으며 K옥션과 업무 협약을 맺어 초기 몇 회에는 김순응 K옥션 대표가 경매사로 나설 예정이다.
 
 # 이달 미술경매 대잔치
 광란의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미술시장에서 올해 9월은 유례없는 돈잔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서울옥션이 15일과 16일 이틀간 코엑스로 장소를 옮겨 진행하는 108회 메이저경매와 컨템퍼러리경매, 자선 경매와 온라인 경매 등을 통해 1300여점이 소개되고, K옥션이 청담동 새 사옥에서 18일과 19일 이틀간 여는 9월 경매에도 450여점이 출품된다.
 여기에다 새로 경매시장에 가세한 신생 D옥션이 4일 첫 경매에서 215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투기성 자금이 경매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작품 회전도 급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경매회사가 경매를 하는 달이면 인사동에서 작품이 씨가 마른다”고 할 정도로 작품 확보에 애를 먹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서울옥션 마케팅팀 심미성 이사는 “하루에만 70건 이상의 작품 의뢰가 들어오고있다. 이번 108회 경매는 규모가 크지만 별로 어렵지 않게 작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국작가들을 팔고 해외작가로 갈아탈 시기’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한국 특정작가 위주에서 해외 작가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도 9월 경매에서 확인할 수 있다.
 D옥션이 해외경매에서 낙찰받아 들여온 서양미술 대가들의 작은 그림들이 구매자를 잘 찾을 지도 주목된다.
 미술품 경매가 인기를 얻자 한국미술협회 소속 작가 200명도 컬렉터 100명과 함께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오픈옥션’설립을 추진 중이다.
 
 # 화랑들, 기존 경매회사들 경계
 화랑들은 경매회사로 주도권이 넘어가는데 대해 우려하면서 경매회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 봉산동의 한 화랑 관계자는 “국내 컬렉터가 해외 경매에서 제대로된 작품을 낙찰받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유명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작품은 아니므로 잘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화랑 관계자는 “화랑이 경매회사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해왔던 일부 화랑들이 신설 경매회사와 업무 협조를 하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고 우려하며 “신설 경매회사들이 자칫 함량 미달의 작품, 재고 작품을 처리하는 통로로 활용할 경우 미술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이 주주가 되는 `오픈옥션’ 같은 형식의 경매회사 설립에도 견제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청담동의 한 화랑주는 “작가들이 경매회사를 직접 차리는 것은 정말 난센스”라며 “미술시장의 질서가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우려했고, D옥션의 정연석 회장도 “작품 제작에 전념해야할 작가가 유통에도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들의 몫
 경매회사 뿐만 아니라 온라인 미술품 판매사이트 등 미술품을 다루는 유통업체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옥석을 고르기 힘들어졌다는 뜻도 된다.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최근 월간미술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술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유동성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미술시장은 다시 불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술품을 구입하고 소장하면 큰 돈이 될 것처럼 현혹하는 화상(畵商)들의 광고나 주장은 믿을 만 한 것이 결코 못 된다. 주식시장이 상승국면이라고 모든 주식이 전부 오르는 것이 아니듯이 미술시장도 마찬가지다. 입소문에만 의존하지 말고 건실한 미술품 애널리스트나 화상들과 수시로 상담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만의 안목과 결단에 의해 투자든 투기든 시작해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남현정기자 nhj@·일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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