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바다 아닌 과학으로 새롭게 발견된 ‘경북 동해안’
  • 양병환기자
잊혀진 바다 아닌 과학으로 새롭게 발견된 ‘경북 동해안’
  • 양병환기자
  • 승인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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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동해안 해양과 미래
1. 울릉도·독도에서 본 경북 동해안 바다와 가치
▲ 울릉도.
▲ 독도.
▲ 1939년 가족들과 간도로 이주한 정옥분 씨가 72년만에 고향 울릉도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민일보 = 양병환기자]  정부는 지난 3월 도서개발촉진법을 개정해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했다. 이에 해양영토로서 위상과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울릉도·독도를 재조명하고 경북동해안과 울릉도·독도의 역사적 연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경북동해안권의 해양과학 및 해양문화자원에 대해 역사인문학적 및 자연과학적 접근을 융합한 시각으로 미래발전전략을 제시하는 등 경북 해양의 중요성을 재조명할 계획이다.

 어느덧 경북도민으로 살아온 지 올해가 10년째이다.
 포항공대 해양대학원과 울진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를 거쳐 울릉도 현포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개소와 함께 가족들과 울릉도에 정착한지도 5년의 시간이 지났다.
 포항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였던 첫 아이가 벌써 울릉도의 가장 작은 중학교의 3학년생이 되었다.
 비록 경북도민으로 지내온 지는 10년째이지만, 동해 혹은 울릉도·독도와 본격적 인연은 20여 년 전인 1990년대 후반이였다.
 동해 바다의 과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동해는 평균수심이 1700미터에 육박하며 최대수심 4000미터에 이르는 심해의 바다이며, 전체 해수의 90%가 수온이 섭씨 2도 이하일 정도로 냉장고보다 더 차가운 바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로부터 청어, 멸치 등 수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구룡포~감포~울산에 이르는 동해 남부해역의 높은 어업생산력의 오랜 비밀이 바람과 해저 지형의 절묘한 만남인 용승 현상 때문임도 흥미로웠다.
 또한, 연구조사차 자주 드나들었던 울릉도와 독도가 마음속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즈음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셨지만 독도박물관 이종학 관장님, 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 이예균 회장님 등과의 오랜 인연은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북돋아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독도주민인 김성도 선장님과의 어느 겨울날 울릉도 도동항 근처에서 문어잡이 추억은 그 울릉도와 독도의 매력에 손맛까지 더해 주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는 연간 약 3000여명의 학생들이 해양영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지를 방문한다.
 아직 인력이나 인프라가 부족하기에 연구수행에 더하여 기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교육이 벅차기도 하지만, 본토에서 울릉도와 독도까지 왕복 약 10시간여의 쉽지 않은 뱃길을 헤치고 오는 사정을 알기에 선뜻 특강에 나서게 된다.
 울릉도 주민으로서, 울릉도·독도 바다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울릉도와 독도를 20여년 가까이 왕래하면서 지역 어르신들에게 생생하게 들었던 울릉도 문화의 전도사로서 생생한 자료와 함께 울릉도·독도의 해양과학과 문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벅차다.
 매년 30~40만 명이 울릉도를 방문하며, 그 중 15~20만 명이 독도를 방문한다. 본토에서 울릉도까지 왕복 7시간여, 그리고 다시 독도까지 왕복 3시간여 등 총 10시간여의 배 멀미를 극복하고 울릉도와 독도를 찾지만, 부족한 관광 인프라로 단순히 울릉도와 독도의 수려한 경관만을 담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심지어 울릉도는 독도를 가기 위해 그저 거쳐 가는 섬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며, 더욱이 기상이 나빠 배가 결항되는 날이면 울릉도 여행이 참으로 곤혹스럽기조차 하다.
 독도 또한 독도가 지닌 해양 영토적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발 딛기에 바쁘다.
 독도에 문무대왕의 유훈을 간직한 독도 접안시설 준공 기념비가 있지만, 그 의미를 알려주는 이가 없어 그저 방문 기념사진의 한 컷으로 전락하고 만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울릉도와 독도 방문의 현실이다.
 2011년 필자는 아주 특별한 울릉도 출신의 한 할머니를 만났다.
 그 할머님과의 만남의 시작은 어느 방송사의 중국 연변의 압록강 사람들을 소개하는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고향이 울릉도라는 할머니와 함께 울릉도에서 가져온 칡소의 후손이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었다.
 울릉도 천부 홍문동이 고향인 할머님의 이름은 정옥분(1923년생). 1939년 가족들과 함께 간도로 이주한 할머님은 죽기 전에 고향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다. 다행히 당시 Daum 포털 사이트를 통한 네티즌 모금과 동북아평화연대, 울릉군 등 관계 기관의 도움으로 할머님은 72년만인 지난 2011년 고향 울릉도를 방문하셨다.
 고왔던 열일곱 처녀는 여든을 훌쩍 넘기서야 고향땅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할머님의 울릉도 및 독도 방문 소식은 국내 언론은 물론 중국 연변 지역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1930년대 울릉도는 오징어 어업의 쇠퇴와 잦은 폭설 피해 등 기아에 허덕이자 당시 경북도에서는 울릉도 인구 과잉(1934년 당시 울릉도 인구는 1만602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함경도 등으로 이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된다.

 정옥분 할머님의 가족 또한 함경도를 거쳐 간도까지 이주하게 된 것이다. ‘죽더라도 굶어죽는 것 보다 배불리 한번 먹고 죽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에 죽도 먹기 힘들어서 고향을 등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난 만주행이었을 것이다.
 울릉도를 대표하는 산나물 중에 명이와 부지깽이가 있다. 기근 때 목숨을 이어주었다는데서 유래한 명이, 그리고 기근을 이기는 나물이라는 뜻의 부지기초(不知饑草)에서 부지깽이가 유래하였다.
 울릉도의 아픈 역사를 품어 안은 산나물이라 더없이 애정이 간다.
 정옥분 할머님이 간직한 묵직한 역사와의 만남은 필자에게 울릉도에 대한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었다. 어슴푸레 짐작은 했지만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가 다만 울릉도와 독도에 머무르지 않고 한반도 본토를 넘어 동북아 그리고 넓게는 세계 역사의 한 복판에 있음을 다시금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적 여행 잡지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해양 관광 섬,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한국 10대 생태 관광지,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선정한 한국 10대 비경, 국내 최초의 국가지질공원,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 국내 유일의 해중 전망대와 국내 유일의 지하수로 발전하는 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있는 섬, 약 3000년 전인 청동기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해온 섬, 그 섬이 바로 울릉도이다.
 그리고 울릉도의 부속도서로 울릉도보다 먼저 생성되어 사람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때, 울릉도와 독도를 거쳐 간 무수한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서슴없이 내어준 대한민국의 최동단 섬 독도가 있다.
 흔히 울릉군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군이라고 한다.
 수면위에 드러난 육지만 고려한다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해양영토가 빠져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조차 ‘해양’이란 단어가 없는 것이 해양영토에 대한 인식의 현실이다. 바다도 영토이다. 우리가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때 울릉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군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군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수면위에 드러난 자그마한 독도가 아닌 한라산 보다 더 높은 독도의 진면목이 다가올 것이다.    
 최근 동해를 감싸안고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동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나 최근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은 동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한다. 이미 오랫동안 농도(農道)를 자처했던 경북도는 환동해지역본부를 발족시키며 경북 동해안에 대한 새로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영일만항의 국제무역항 활성화와 환동해 경제벨트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주시는 동해안 신해양시대를 맞이하여 문무대왕 해양문화 창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이며 울진군은 국립해양과학교육관 건립과 함께 해양치유산업 활성화 등 지역특화 사업모델 구축에 한창이다.
 울릉군은 일주도로 완전 개통 등 관광인프라 구축과 함께 대형여객선 유치에 한창이다. 
 육지에 길이 있듯이 바다에도 길이 있다. 바람과 해류를 따라 바다에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을 따라 돛단배가 움직이고 사람이 오가고 문화가 오갔다. 동해 또한 계절풍과 한류와 난류에 따라 길이 만들어졌다.그 무렵 섬은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였으며, 오랜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쉼터이었다. 그 길을 이용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그 바닷길이 만들어 준 수온과 먹이를 따라 명태와 오징어, 고래가 이동하였다.
 해양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해양자원이 발견되기 이전 동해의 가장 값진 효용은 길로서의 가치일 것이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항해해온 아라비아 상인들은 이 동해를 통하여 신라와 교역하였으며, 발해인들은 거친 동해를 건너 일본과 교역하면서 해동성국으로 발돋움하였다.
 거문도 사람들은 거문도 뱃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울릉도에 건너와 울릉도 나무로 배를 건조해 갔다. 동해 바닷길을 따라 이동하며 몸을 한껏 살찌운 명태는 오랜 세월 우리의 밥상을 풍족하게 하였다. 서양의 포경선들을 동해로 끌어들인 귀신고래는 동해 연안의 용승 현상 덕에 풍족해진 먹이를 맘껏 들이마셨다. 
 동해는 더 이상 잊혀진 바다가 아니다.
 과학으로 새롭게 발견되는 바다이며, 육지 중심 사고에 치우친 이들에게 오랜 변방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바람과 해류가 만들어준 동해의 바닷길을 따라 묵묵히 그 길을 이어온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들이 동해를 지켜온 진짜 주인일 것이다. 이제 동해를 품어온 역사의 주인공들에게 그들이 품어온 동해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동해의 역사를 보듬고 온 이들에게 우리가 미처 드리지 못한 명예와 경의를 돌려주는 것이며, 바다의 가치와 동해의 가치를 바로 보는 일일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정부는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하였다.
 섬의 날 지정을 계기로 경북 동해안과 울릉도·독도의 역사적 연계를 살펴봄으로써 해양영토로서 울릉도·독도의 위상과 가치를 재조명할 때이다.
 또한 경북 동해안권의 다양한 해양과학 및 해양문화자원 탐방을 통하여 경북 동해안의 가치와 미래발전전략을 찾을 필요가 있다. 동해에 그리고 울릉도·독도에 한반도의 미래가 있다.
 

 

김윤배 박사

서울대에서 동해 해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책임기술원과 울릉문화유산지킴이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하늘에서 본 울릉도와 독도의 해양영토’, ‘동해, 바다의 미래를 묻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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